서울 가락시장이 이달 둘째주 수요일인 12일 경매를 쉰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2023년부터 추진한 시범휴업의 하나다. 공사는 가락시장 주 5일제 도입을 위한 사전 영향을 평가하겠다며 3년째 간헐적 시범휴업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 문을 닫는 것으로, 과거 토요일 등 주말에 폐쇄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락시장이 평일에 문을 닫는 것은 명절이나 혹서기(여름휴가철)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딸기 등 주요 농산물 산지에선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농민 시험용 휴업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지난해까진 토요일 휴업…평일은 이번이 처음=공사가 계획한 올해 시범휴업 날짜는 2월12일과 3월5일이다. 당초 공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2·3월 중 모두 3회에 걸쳐 평일 시범휴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산지 예상 피해에 대한 대책 없이 농민만 제도 개편 시험대에 세운다는 지적이 커지고, 지난해 이상기상으로 김장철이 늦어지면서 공사는 지난해 12월2일 하기로 한 시범휴업을 시행 2주 전 전격 철회했다.
그러나 공사는 올해 2·3월 각각 둘째·첫째 수요일에 쉬겠다는 계획은 거둬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12일 첫 평일 시범휴업이 현실화하게 됐다. 공사에 따르면 채소부류는 월요일인 10일 저녁 경매를 끝으로 휴업에 들어갔다가 하루를 쉬고 수요일 12일 저녁 경매부터 재개한다. 과일부류는 화요일인 11일 아침 경매를 끝으로 쉬었다가 13일 목요일 새벽부터 경매를 재개한다.
채소는 화요일인 11일 저녁 경매를, 과일은 수요일인 12일 새벽 경매를 하지 않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말 그대로 시범휴업인 만큼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시장 반입량과 가격변동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공사는 2023년 11월4일과 12월2일, 2024년 3월2일 등 3차례에 걸쳐 시범휴업을 한 바 있다. 3일 모두 토요일이었다.
◆“딸기 등 농가소득에 불리…오이 과숙에 따른 상품성 저하 등 2차 피해도 우려”=산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제철 농산물을 취급하는 산지에선 피해가 막대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용재 충남 논산 연무농협 조합장은 “딸기는 하루만 수확을 안해도 금방 물러 ‘물딸기’가 돼버린다”며 “휴업일을 피하고자 하루 먼저 따면 반입량 급증으로 경락값이 폭락할 테고 하루를 늦추면 과숙으로 상품성이 저하돼 팔 수 있는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2∼3월은 딸기농가가 연소득의 70%를 올리는 시기인데 시범휴업이 이때 집중된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연호 경북 상주오이협의회장(상주원예영농조합법인 대표)은 “생물인 오이를 하루 이틀 못 크게 강제할 수도 없고 산지에선 다 익은 오이를 처리할 대책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발을 굴렀다. 그러면서 “저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부 품목은 예외로 두거나, 가락시장 유통인을 확충해 내부적으로 근로자간 주 5일 근무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등 시장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공사 조정 기능은 어디에=가락시장 유통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공사를 압박했다. 지난해 12월2일 시범휴업 계획을 공사가 철회한 데 따른 실망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고령화와 만성적 인력난을 고려하면 당장이라도 주 5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도매인·하역노조 단체에선 시장 곳곳에 ‘취업 기피! 건강 악화! 공휴 없는 주 6일 야간근무! 가락시장 하역노동자 총 단결로 개장일 감축 이뤄내자!’ ‘주 5일제 시범휴무마저 펑크 낸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는 각성하라!’ 등의 펼침막을 내거는 등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시장 개설자인 서울시(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조정 기능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 측은 “수집과 분산이라는 도매시장의 중요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해결점을 모색하겠다”면서도 산지·유통인 양측에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범휴업일은 12일이나, 부류에 따라 11일 저녁(채소류)과 12일 아침(과일류) 경매가 멈춰 서는 중대한 상황인데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시장 내부에서도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산지 관계자는 “다음 휴업 예정일(3월5일)은 시기적으로 참외 등 출하량이 더 많아지는 때인 만큼 문제는 다음달 이후 더욱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