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도는 3.95달러, 매수는 4.02달러.’
21일 오전 12시 54분(미 동부 시간 20일 오전 11시 54분),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비트의 주식 거래 플랫폼인 ‘골드앤드에프엑스’에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니오의 주식을 사려고 했더니 뜬 금액이다. 바이비트는 전날부터 애플과 테슬라·엔비디아 등 미국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을 포함해 78개 종목에 대한 주식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바이비트는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주식을 살 수 있게 돼 있다.
기자가 직접 USDT로 주식 거래를 해보니 국내 증권사 주식 거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처럼 간편했다. 우선 USDT로 미국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바이비트에 회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가입은 구글 계정이나 애플 ID 등으로 가능하다. 거래를 위해서는 고객신원확인(KYC)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증은 2단계를 거치게 돼 있다. 1단계 인증에서는 거주 국가 선택과 함께 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한국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여권·외국인등록증 등 모든 서류가 가능했다. 해외 업체이지만 한국 신분증도 된다. 기자는 운전면허증을 제시했다. 이를 촬영해 업로드하니 1단계 인증이 5분 내 완료됐다.
주식 거래를 위해서는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했다. 바이비트의 골드앤드에프엑스를 쓰기 위해서는 신분증에 기재된 이름과 주소가 담긴 증빙 서류가 필요했다. 최근 3개월 이내의 공과금 청구서와 소득세 신고서, 지방세 납부서, 정부 발급 거주 증명서, 은행 명세서 등이면 된다. 기자는 국내 은행이 발급한 한글 금융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제출했는데 인증이 됐다. 전체 인증 절차는 반나절도 채 안 걸렸다.

골드앤드에프엑스 사용을 위한 인증까지 끝나면 메타트레이더5 앱을 설치해 바이비트 계정과 연동만 하면 실제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연동은 자동으로 이뤄지는데 앱은 한국어를 지원한다. 가상자산과 미국 주식에 관심이 많은 국내 투자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주식 매수용 자금은 업비트를 이용했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에 원화를 입금한 뒤 업비트로 이체하고 업비트 원화 마켓에서 USDT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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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바이비트 입금 페이지에서 자산 종류로 USDT를 선택하고 네트워크를 ‘트론 기반(TRC20)’으로 지정하자 영문 대소문자와 숫자가 결합된 지갑 주소가 만들어졌다. 주소를 복사해 업비트 출금 페이지에 붙여 넣으니 약 5분 만에 송금이 완료됐다. 업비트와 바이비트는 계정주의 이름과 생년월일 정보가 같으면 별도 인증 없이 입출금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주소가 한 글자라도 틀리면 자산이 전송되지 않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기자도 수량과 네트워크를 꼼꼼히 확인한 뒤 출금을 요청했다.
입금된 USDT는 클릭 한 번으로 바이비트 현물 지갑에서 메타트레이더5 거래 지갑으로 이동된다. 이후 해당 앱에 접속해 미국 주식을 거래하면 된다. 거래 가능 시간은 미국 시장 개장 시간과 동일하다.

주식 거래 화면은 증권사 앱과 달리 호가 창 없이 단일 가격 창으로 구성돼 있다. 종목을 누르면 시장가 주문을 위한 매수·매도 버튼과 체결 수량 입력 창이 뜬다. 손절(SL)과 익절(TP) 값을 입력할 수 있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 매수 버튼을 누르면 즉시 체결된다. 지정가 주문은 별도 탭에서 설정할 수 있다.
차액결제거래(CFD) 방식이기 때문에 실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라 손익이 확정된다. 표시 가격은 실물 주식 시세와 조금 차이가 났다. 기자가 주식 거래를 시도한 시점의 니오 주식 가격은 일반 주식 플랫폼에서는 3.985달러였지만 바이비트에서는 매도 3.95달러, 매수 4.02달러에 형성돼 있었다. 바이비트는 유동성공급자(LP)의 시세를 기준으로 삼아 거래소 기준가보다 소폭 낮거나 높게 표시되는 경우가 있었다.

문제는 수수료였다. 주당 거래 수수료는 0.04USDT지만 주문 1건당 최소 수수료가 5USDT(약 6923원)로 설정돼 있었다. 국내 증권사를 통한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가 평균 0.2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체감 부담이 컸다. 소액으로 여러 건을 나눠 거래할 경우 수수료가 반복 부과된다. 이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주식을 샀다 팔자 총 2건의 거래로 수수료만 10USDT가 빠져나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USDT로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바이비트 방식이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은행이나 증권사 없이도 USDT로 미국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선불카드를 통한 스테이블코인 결제와는 또 다른 영역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아직은 수수료가 걸림돌이지만 테더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투자시장도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록체인 리서치 기업 포필러스의 강희창 프로덕트 리드는 “온체인 기반 미국 주식시장을 지원하는 플랫폼과 인프라가 고도화된다면 한국 내에서도 새로운 투자자층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