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와 정권교체

2024-10-22

금강 세종보(洑)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정부가 수십억원을 들여 보수 작업까지 마쳤지만, 재가동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초 “4대강 보를 잘 지켜 국민이 물을 잘 쓸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종보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부터 5년 넘게 방치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이후 약 6개월 동안 고장 난 수문과 유압 배관, 소수력발전소 등을 수리했다. 여기에 쓰인 세금만 30억원이 넘었다. 윤 정권이 들어선 지 2년 만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세종보 등 4대강 보 가동을 중단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정부는 당초 지난 5월 말 세종보를 재가동하겠다고 했다. 보를 가동해야 세종시 물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과 휴식 공간인 세종호수공원·국립세종수목원 등에 물을 하루에 2만여t씩 공급해야 한다. 세종보를 가동하면 수력발전시설을 통해 연간 1만1000여 명이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세종시민은 금강 물이 찰랑찰랑해지면서 서울 한강 변처럼 멋진 장면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환경 단체 회원 몇 명이 지난 4월 30일부터 세종보 상류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환경부는 “여름철 집중 호우 등에 따른 기상여건을 고려해 재가동 일정을 정한다”고 방침을 바꿨다. 홍수기에는 보 가동이 어렵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홍수기(9월 20일)가 끝나자 “환경단체가 철수한 이후 물을 담는 게 맞다고 본다”며 다른 말을 했다. 환경부는 아직 보 가동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하천관리 기관인 세종시도 미온적이다. 세종시는 환경단체에 천막 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장만 몇 차례 보냈다. 이들이 하천을 불법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발이나 천막 철거 등 다른 조치는 없다.

결국 정부나 세종시는 환경단체가 스스로 농성을 풀 때까지 기다리자는 심산인 것 같지만, 환경단체가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럴 거면 많은 세금을 들여 굳이 세종보를 보수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정권 교체를 실감하지 못한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을 둘러싼 여러 비리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사건만 해도 검찰이 5년째 수사하고 있다. 또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도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윤 정권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탓이다.

세종보 문제도 맥락은 비슷하다. 세종보 가동을 원하는 국민이 윤 정권을 선택했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이에 실망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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