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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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가족돌봄 청소년, 학업·취업·건강 등 다양한 어려움 겪어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는 ‘가족돌봄 청소년’(경기일보 3월17일자 1·3면 등)들이 제때 병원조차 가고 있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가족돌봄 청년의 실태와 미충족 의료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가족돌봄 청년은 그렇지 않은 청년에 비해 미충족 의료를 경험할 가능성이 최대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가족돌봄 청(소)년이란 어린 나이에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 일명 ‘영케어러’를 말한다.
연구팀은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국내 19~34세 1만4천966명을 가족돌봄 청년인 그룹과 아닌 그룹으로 나누고, 이들의 인구학적 특성과 미충족의료 경험 가능성 등을 비교·분석했다.
전체 1만4천966명 중 가족돌봄 청년은 82명(남성 32명·여성 50명)이었고, 절반에 가까운 34명(41.46%)이 19~24세였다.
경제활동상태는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자로 구분되는데 취업자는 57명(69.51%)으로 집계됐다. 23명(28.05%)은 비경제활동자, 나머지 2명(2.44%)은 무직이었다.
가족돌봄 청년은 가족을 돌보지 않는 청년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낮았고, 번아웃 경험은 월등히 많았다.
교육 수준이 ‘고등학교 이하’인 경우를 보면, 가족돌봄 청년은 30.49%에 달했으나 일반 청년은 13.83% 수준이었다. 반면 ‘대학교 재학 혹은 자퇴’라는 응답은 가족돌봄 청년 19.51%, 일반 청년 31.70%로 반대 양상이었다.
연구팀은 “가족돌봄 청년은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고등학교 이하에 해당하는 비율이 높고 대학교에 재학하거나 자퇴한 비율은 낮았다”며 “가족돌봄 청년 중 학업에 큰 어려움을 느끼며 진학을 포기한 청년이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또 가족돌봄청년의 46.4%는 최근 1년간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으나 일반 청년은 32.46%에 그쳤다.
아울러 가족돌봄청년은 불가피한 경제적·사회적 환경 등 요인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미충족의료’를 경험할 가능성이 일반 청년과 비교해 최대 4.9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가족돌봄 청년은 돌봄 역할 수행으로 정신적·경제적으로 부담을 질 뿐만 아니라 건강권의 측면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국내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가족돌봄 청년의 미충족의료 원인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돌봄 유형, 강도, 시간 등 돌봄 특성과 객관적 의료 이용 간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가족돌봄 청년이 학업, 취업, 건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그 실태와 미충족 의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다는 데서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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