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이 유럽 지역의 호텔 자산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특히 로마와 밀라노, 시칠리아 타오르미나 등 이탈리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시장 기반이 견고한데다 관광 수요가 빠르게 회복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14일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 부동산 투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호텔 자산의 경우 1분기 잠정 기준 5억 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20년래 가장 높은 분기 거래량을 경신할 전망이다. 현재 실사 중인 거래만 총 20억 유로에 달한다.
쿠시먼은 호텔 자산이 더이상 틈새 시장이 아닌 유동성이 높고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유럽 내 호텔 거래 규모는 224억 유로로 전년 대비 37% 증가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호텔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와 시장 유동성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쿠시먼은 설명했다.
배경으로는 유럽으로의 관광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유럽 관광 산업은 체험 중심의 여가 여행 트렌드와 맞물려 빠르게 회복하는 추세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APAC) 및 미주 지역에서 유럽에 대한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럽 호텔에 대한 선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호텔업계의 운영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쿠시먼은 "유럽 호텔의 객실당 수익(RevPAR)과 객실당 총 운영 이익(GOPPAR)은 주요 도시와 리조트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런던과 파리, 남유럽 등 주요 도시에 대해 '강력한 성장 중' 또는 '안정적 유지'로 분류중"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중산층의 성장과 항공편 증대 등 요인도 호텔 산업의 투자 매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투자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고 봤다. 쿠시먼은 "최근 조사 결과 기관 투자자의 94%가 호텔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호텔이 타 자산군 대비 우수한 수익성과 안정성을 갖춘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유럽 방문객 수도 증가세다. 지난해 유럽 전체 방문객 수는 2023년 약 14억 명에서 15억 명으로 6% 증가하며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유럽 호텔 가격이 올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쿠시먼이 유럽 호텔 자산에 160억 유로 이상을 투입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0%가 금융 비용 감소와 호텔 실적 증가, 수요 대비 호텔 공급 부족 등 영향으로 올해 자산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으로는 이탈리아와 이베리아 반도,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순으로 높았다.
글로벌 럭셔리 호텔 체인들도 이탈리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탈리아 EY의 호텔부문 책임자 마르코 잘라메나는 "고급 리조트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 늘고 있다"며 "특히 4성급·5성급 고급 호텔이 전체 투자의 거의 9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보이는 추세"라고 밝혔다.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의 유럽 대륙 담당 수석 부사장 데이비드 켈리 역시 "힐튼이 시칠리아와 사르데냐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기존 호텔 3곳을 리모델링해 힐튼의 고급 브랜드로 리브랜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