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가 중국·일본산 산업용 로봇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 중심으로 전개되던 반덤핑 규제 활동이 첨단 산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무역위는 2일 “중국·일본산 4축 이상 수직다관절형 산업용 로봇에 대한 덤핑 사실 및 국내산업피해 유무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고했다. 4축 이상 수직다관절형 산업용 로봇이란 작업을 수행하는 부위의 관절이 4곳 이상인 장비로 자동차·조선 등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앞서 HD현대로보틱스 등 국내 산업용 로봇업체 5곳은 올해 초 중국·일본산 로봇에 대한 반덤핑 제소 신청서를 무역위에 제출했다. 이들 업체는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수출 가격을 자국 내 유통가격보다 최대 40% 깎아 판매하면서 피해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산업용 로봇 밀집도가 상당히 높은 나라”라며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위는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면 3~5개월 동안 예비 조사를 통해 잠정 관세 부과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3~7개월간 본 조사를 실시하며 최종 반덤핑 관세율을 결정하게 된다.
무역위가 로봇과 같은 고부가가치 기계 품목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반덤핑 조사는 생산품의 품질이 비슷해 가격 경쟁이 치열한 철강·화학·목재 산업 등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무역위가 올해 들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품목은 중국·대만산 석유수지, 중국산 후판, 중국·인도네시아·대만·베트남산 스테인리스강, 중국·인도네시아·태국산 폴리프로필렌 등 철강·석화 품목뿐이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조사 중이거나 조사 개시를 검토 중인 반덤핑 제소 사건 11건을 산업 분야별로 살펴봐도 철강·비철금속이 4건, 화학이 4건, 종이·목재류가 2건으로 기계·전자 산업은 이번에 조사 개시된 1건 뿐이다.
특히 무역위가 로봇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나서는 것은 2004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무역위는 일본산 6축 수직다관절형 산업용 로봇에 대한 덤핑 사실을 인정하고 9.03~1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석화나 철강 같은 중공업뿐 아니라 일반 기계 산업에서도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국내 산업 피해 여부가 확인되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기준 로봇 수입액은 6562억 원이며 이 중 일본산 수입액은 2851억 원으로 전체의 43.4%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