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관세 관련 새 무역협상 중인 유럽연합(EU)이 500억 유로(약 81조원) 어치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미 무역흑자가 미국이 주장한 것보다 적은 500억 유로에 불과해 이만큼 미국산 제품을 사면 관세 문제에서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의 마로스 세프코비치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세프코비치 집행위원은 "미국이 서비스 분야에서는 오히려 EU 상대로 흑자를 내고 있다"며 "그렇게 보면 미국의 대 EU 무역적자폭은 500억 유로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직전 연도의 EU 대미 무역흑자는 2356억 달러(약 348조 원)"라고 주장하며 '20% 상호관세'를 도입한다고 했다가 지난달 10일부로 90일간 유예한 상태다. 이 상호관세 유예 대상엔 중국 외에 대부분의 국가가 포함된다.
세프코비치 집행위원은 이어 "우리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대두를 비롯한 일부 농작물 등의 수입을 확대해 이 문제(무역 불균형)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이런 입장을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가 더는 내릴 수 없다며 '하한'으로 설정한 10%의 기본관세를 수용할 수 있냐는 FT 취재진 질문에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FT는 "EU가 관세를 10% 수준으로 유지하는 협상에는 합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그는 "중국의 반도체 분야 철강·알루미늄 과잉 생산, 핵심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 극복 등의 문제에 대해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관세 협상을 위한 EU의 '유인책'인 셈이다. 그는 "EU와 미국은 실질적으로 많은 것을 함께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