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 김기환)은 올해 'KF 글로벌센터 메타버스'를 오픈, 오프라인 확장현실(XR) 갤러리 전시와 병행하며 본격적인 디지털 공공외교 전시에 나섰다.
지난 5월부터 11월4일까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는 첫 전시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서울 미래에셋센터원빌딩 KF XR 갤러리에서 'K=XY: 시공의 너머'라는 두번째 전시를 오픈했다.
내년 3월30일까지 열리는 'K=XY: 시공의 너머'에는 우리 문화(K)가 단순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 미지수(XY)처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재청 등의 협력으로 평소 만나보기 힘든 콘텐츠를 많이 준비했다.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 가상으로 다양한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한복 체험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이 제공한 한복 디자인을 기반으로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AT 랩이 제작 지원한 강승표의 '씻김'은 올해 발표한 최신 가상현실(VR) 작품이다. 망자를 기리는 씻김굿 현장을 담아내 360도 가상 카메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죽은 이의 부정을 씻어내는 과정인 만큼 미디어에 쉽게 담아낼 수 없기 때문에, 상당한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역시 헤드셋을 착용하고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단이전: 미인도 이야기'는 한국문화재재단이 제작하고 유상현이 감독한 국가 유산 VR 영화다. 한국적인 사랑 이야기를 판소리 형태로 재해석, 영어 자막까지 지원하는 콘텐츠다. 모든 VR 콘텐츠에는 실감 나는 음향을 동시 지원, 몰입감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백남준의 1990년작인 '새장 속 케이지'와 1976~1978년작 'TV 로댕(생각하는 사람)', 정화용의 '만트라' 등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을 비롯해 강승표, 안정주, 유상현, 이수경, 이이남, 임흥순X모모세 아야, 전소정 작가 등의 작품을 전시했다.
지난 1991년 설립된 KF는 한국에 대한 이해 제고와 국제적 우호 친선 증진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팬데믹에 따라 대면 행사가 어려워지며, 온라인 공간으로 나서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신영 KF 글로벌센터사업부 큐레이터는 "팬데믹이 우리에게 전환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라며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공간 제작에 돌입, 올해 드디어 오픈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현실과 가상의 연결을 위해 오프라인 XR 갤러리도 개관했다. 가상 공간은 ▲KF 글로벌홀 ▲아트, 공연, 영화 등 콘텐츠를 선보이는 메타 갤러리 ▲세미나 등 쌍방 교류가 가능한 컨퍼런스홀 등으로 구성했다.
KF 갤러리가 추구하는 것은 '인류보편성'과 '지속가능성' 등이다. 글로벌 메타버스를 구축하려는 것은 전 세계 누구라도 쉽게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박신영 큐레이터는 "특정 국가, 특정 지역이 디지털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기술에 주의를 기울였다"라며 "따라서 웹 기반 메타버스를 구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KF 메타버스는 데이터킹(대표 박선규)이 담당하고 있다. 데이터킹은 별도 다운로드 없이 URL 접속만으로 이용 가능한 '가상공간 구축 기술'을 보유 중이다. 박 큐레이터는 "용량이 너무 무거우면 특정 국가에서는 접속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라며 "초고화질 그래픽이나 다양한 기술에 매달리기보다 범용성 및 편리성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KF 메타버스는 하루 최소 100명 이상, 평균 150명 이상이 방문하며 서서히 수치를 높여가고 있다. 최근 진행한 메타버스 웨비나에는 950명 이상이 접속해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수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상당수 정부 부처나 공공 기관의 메타버스 사례를 살펴보면 꽤 의미 있는 성과로 꼽힌다.


이를 통해 국내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원래 취재를 더 잘 살릴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K-팝 등 국내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며, 세계인의 관심도 같이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버스 방문자 중에는 비영어권 국가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
KF 측은 "메타버스 콘텐츠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꾸준히 업데이트하면 변동 사항을 게시판에도 알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향후에는 KF가 지원하는 교류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시키겠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가상 공간에서 KF와 익숙해진 뒤 오프라인 갤러리 전시를 찾아가 보는 것도 방법이다.
KF 소식과 온라인 세미나 등을 지원하는 메타버스 가상공간은 XR 갤러리 현장에 설치된 컴퓨터로도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귀여운 3D 캐릭터를 지원, 참여자들의 소통을 돕는다. 이용자들은 "캐릭터 UI 덕분에 더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라는 피드백을 남기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KF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