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MZ 홀린 K푸드…비비고 공장 짓는 CJ, 할리스·맘스터치는 오픈런

2025-05-08

지난 3월, 일본 오사카의 상업지구 혼마치의 한 건물 앞에 아침 7시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새로 개점한 ‘할리스 혼마치점’에 입장하기 위해 ‘오픈런’ 대기 중인 인파였다. 한 일본인 고객은 “한국에 여행 갔을 때 할리스에 가본 적 있다”며 “일본에서도 한국식 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 MZ세대를 중심으로 K팝·패션·뷰티 인기가 뜨거운 가운데 K푸드 업체들의 열도 입맛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어설픈 현지화로 쓴맛을 봤던 과거와 달리 ‘한국의 맛’을 앞세워 정공법으로 일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다.

日 공략 강화하는 비비고

지난 2019년 현지 법인(CJ푸드재팬)을 설립한 CJ제일제당은 치바현 키사라즈시에 대형 만두 공장을 짓고 일본 내 만두 사업을 확대한다. 8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신규 공장은 축구장 6개 크기 부지(4만2000㎡)에 연면적 8200㎡ 규모로 건설된다. 오는 7월 완공 후 9월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일본 전역에 공급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현지 업체인 ‘교자계획’을 인수하며 오사카, 후쿠오카, 군마, 아키타 등 4곳에 있는 교자(일본식 만두) 생산 시설을 확보하고 이곳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했다. 하지만 생산량 확대에 한계를 확인하고 직접 설비 구축에 나섰다.

지난달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올해 첫 글로벌 현장경영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고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 “비비고처럼 이미 준비된 일본 사업은 다시 불붙은 한류 열풍을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비비고 만두·김밥·소스 등이 코스트코, 아마존, 라쿠텐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연간 1조1000억원 규모인 일본 냉동만두 시장에서 교자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며 “신규 설비 구축을 통해 일본 식품 사업을 질적·양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프랜차이즈도 오픈런

커피, 치킨, 버거 등 국내 외식업체도 앞다퉈 일본에 상륙하고 있다. 할리스는 지난해 5월에 이어 올해 3월 일본 오사카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일본 1호점인 ‘난바 마루이점’은 하루 평균 700여 명, 누적 30만명이 이용하는 등 인기를 얻었다. 일본 MZ세대 사이에서 대표적인 약속 장소로 자리 잡았다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사카의 할리스는 무선 충전기와 포토존을 갖추고 메뉴와 서비스 방식도 한국식을 유지했다. 약과크림라떼가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다음으로 잘 팔릴 정도다. 할리스를 운영하는 KG F&B의 이종현 대표는 “오사카에서 한국 프리미엄 카페 문화를 일본에 성공적으로 소개한 만큼 올해 지속적으로 새 점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도쿄 시부야에 상륙한 치킨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일본 맥도날드가 39년간 영업한 자리에 입점해 지난 5억1000만엔(약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년간 다녀간 사람이 70만명. 한국식 양념치킨(맘스양념싸이순살)과 ‘치즈불고기버거’ ‘허니갈릭싸이버거’ 등이 특히 인기였다. 맘스터치 측은 “상반기 중 하라주쿠에 300석 규모의 2호점을 여는 등 핵심 상권에 직영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인 하라주쿠는 지난해 깐부치킨의 일본 1호 매장이 개점한 곳이기도 하다.

이외에 국내 MZ세대 사이에서 ‘빵지순례’(빵+성지순례) 코스로 꼽히는 런던베이글뮤지엄도 지난해 11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진출을 추진 중이다.

‘한국의 맛’으로 시장 공략

K푸드 업체들은 일본 내 새로운 한류 열풍에 주목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중장년층 여성을 중심으로 콘텐트 소비에 주력하던 초기 한류와 달리, 요즘 일본 2030세대는 K콘텐트 속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를 통해 한류를 접한 이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치킨, 떡볶이 등 한국적인 맛에 대한 관심 커졌다는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팬덤 활동을 뜻하는 ‘오시카츠(推し活)’ 기반 소비 문화가 전 연령대로 퍼지면서 K컬처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고, 특히 일본 2030세대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다”며 “그 결과 K트렌드가 식품, 뷰티, 패션 등 생활 전반으로 확장됐다”고 말했다.

일본이 다양한 식문화가 발달한 거대 시장이지만 동시에 글로벌 외식 업체들이 숱한 실패를 경험한 곳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전통과 장인정신을 앞세운 특색 있는 맛집이 많아 공략이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현지 소비자의 반응을 기민하게 파악해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지금의 인기가 쉽게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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