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코인원 '예치금 이자' 경쟁
협의체 '닥사(DAXA)', 이자율 제한 규약
'제휴은행 운용수익 내 이자 지급' 합의
'거래소 제휴은행' 간 경쟁 방지 방안 없어
은행이 이자율 올리면, 거래소 합의 무용지물
"거래소 의존 높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필요"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가 회원사로 가입돼 있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이하 닥사)가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예치금 이용료' 지급과 관련돼 상한선을 설정키로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가상자산 투자자는 거래소가 개설한 제휴은행 별도 계좌에 예치금을 맡겨야 합니다. 예치금은 주식거래에 있어서 '예수금'과 유사합니다. 증권사가 예수금에 이자를 붙이듯 가상자산거래소도 위 금원에 이자를 더해 줍니다. 공식 명칭은 '예치금 이용료'이나 그 성격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자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해당 이자는 가산자산거래소와 제휴한 은행의 예치금 운용수익을 원천으로 합니다.
이는 닥사가 '예치금 이용료' 지급에 관해 정한 원칙입니다. 즉, 가상자산 거래 고객에 대한 이자는 제휴은행의 운용수익 한도 내에서만 줄 수 있습니다. 이같은 제한은 이자율을 앞세운 거래소간 과열 경쟁을 차단하는데 근본 목적이 있습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모범규준은 이달 18일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원화 결재가 가능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5곳 입니다.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은 농협,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코빗은 신한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모범규준은 거래소간 과잉 경쟁을 방지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제휴은행 간 무리한 예치금 유치 경쟁을 막기엔 한계가 분명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가상자산거래소 간 과열 경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특히 투자자들이 제휴은행 거래소 계좌에 쌓아둔 원화 예치금에 이자 지급이 가능해지면서, 그 심각성은 더 커졌습니다. 서로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제 살 깎아먹기식 투자자 홍보에 나선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자 닥사가 일종의 중재안을 내놨습니다. 중재안 이름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자 예치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입니다.
복잡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지만, 골자는 투자자들에게 줄 수 있는 예치금 이용료에 상한을 걸었다는 것입니다.
이자 지급에 상한을 두면서 거래소간 출혈 경쟁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큽니다. 그러나 빈틈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모범규준은 가상자산거래소간 자율규약입니다. 즉 제휴은행은 동 규준에 구속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제휴은행의 무리한 예치금 유치를 적절히 제어할 제도적 장치 마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은행들이 앞다퉈 무리한 예치금 유치 경쟁을 벌이면 '예치금 이용료율' 상승은 불보듯 뻔합니다. 이 경우 닥사 모범규준은 유명무실해 집니다.
국회 경제상임위 여당 간사 의원실 관계자는 "은행을 뺀 거래소간 모범규준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투자자 통장에 캡을 씌워도 거래소는 은행이나 다른 금융권을 통해 인센티브를 줄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도 "금융당국 취지에 반하는 자율규제가 계속된다면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며 "국회 차원에서 추가 입법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투자자 예치금을 '안전자산'으로 운용토록 명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국채·지방채 등을 매입하거나 신탁상품에 가입하는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 거래소 제휴은행 중 시중은행들은 대체로 신탁 방식을 활용해 비교적 높은 운용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반면 포트폴리오가 시중은행만큼 넓지 못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예치금 운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수익률의 차이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수신잔고가 시중은행에 비해 작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가상자산 예치금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케이뱅크 전체 수신 잔액 21조9874억원 가운데 업비트 예치금(3조7331억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달했습니다. '최대 고객'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예치금 이용료율을 다소 무리하게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 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예치금) 이용료율에 상한선을 두게 되면, 후발주자들 입장에선 선두업체를 추격할 마케팅 수단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업비트와 케이뱅크 사례에서 보듯 거래소와 은행 간 갑을 관계가 고착화되는 상황 속에서, 은행 부실 가능성만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도 "최신 금리를 기준으로 신탁상품 투자 시 이용료율이 2% 정도에 수렴할 전망"이라며 "(거래소 제휴 은행 중 시중은행과 경쟁을 해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어떻게든 이 비율을 맞춰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받아들이게 된 셈"이라고 촌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