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서식지 쫓겨난 백로…동물과 공존하려면?

2025-04-18

수십 년 간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지만 그중 동물권에 대한 인식과 관심 증가는 특히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 외의 생명체의 권리와 복지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우리 사회의 윤리적 지평이 한 뼘 더 넓혀졌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갈등도 많이 낳고 있다. 길고양이에 밥을 주는 문제는 가장 흔한 갈등 사례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비쩍 마른 길고양이들이 애달파 먹이와 쉼터를 제공하지만 주변 주민들은 늘어나는 길고양이로 인한 소음과 악취, 쓰레기 문제로 불만을 토로한다. 가족이나 다름 없는 반려견이 일으키는 문제도 많다. 개 물림 사고 등에 대한 책임 소재는 과거보다 더 첨예해졌고 식당, 카페 등이 반려동물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통시장에서 식용 동물을 파는 상인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의 대립은 오래된 문제이며 점점 더 격렬한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신간 ‘도시의 동물들’은 이런 한국 사회에 시의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질문들은 쉽지도 않고 뻔하지도 않다. 어쩌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반발을 부를 수도 있을 이야기들이다. 일례로 저자는 우리 정부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길고양이를 잡아 중성화하고 다시 길에 풀어주는 정책을 쓰고 있는데 원래는 포함됐어야 할 길고양이 입양이나 안락사는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간이 동물을 ‘보호’한다고 할 때 이는 동물의 수명을 고통 속에서 연장하기보다는 줄이거나 끝내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 동물 복지 연구에서 합의한 바”라면서 “한국의 길고양이 정책은 ‘죽임’의 부담을 회피하면서 길고양이를 보호할 책임도 방기하고 있다”며 안락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저자는 특히 책 전체에 걸쳐 동물을 ‘귀여운’ 존재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여러 차례 불편함을 표현한다. 귀여운 동물들은 ‘가족’으로 과도한 돌봄을 받는 반면 그렇지 않은 동물들은 보호의 범위에서 배제되거나 심지어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때 마을의 좋은 구경거리였던 백로는 집단 번식지에서 냄새가 나고 깃털이 날린다는 이유로 서식지에서 쫓겨났고, 먹이를 찾아 민가로 찾아드는 멧돼지는 흉측한 외형에 대한 공포 등으로 가차 없이 사살된다. 연간 20만 마리가 사냥이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고라니는 심지어 그 죽음조차 조롱거리가 된다.

쉽지 않은 질문들은 정답 찾기도 만만치 않다. 저자도 정답을 제안하기보다는 함께 고민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쓴 듯하다.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해야 할 이야기들’이라는 부제를 단 책에는 친숙한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비둘기, 쥐, 제비, 너구리, 까치, 해충에 이르는 수많은 동물들의 삶의 현장이 펼쳐진다. 전국 각지에서 촬영한 100여 장의 사진도 함께 수록돼 오늘날 한국의 도시에서 동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2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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