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두의 세상보기] 나라를 망치는 데는 간신 하나면 충분(?)

2025-04-17

인류 역사 속에서 정치와 사회의 안정은 국가의 흥망성쇠, 백성의 안락, 기술의 발전과 생산, 역사의 진보 등에 크게 영향을 미쳐왔다. 평화롭고 안정된 정치와 사회가 받쳐주지 않으면 기술 발전과 생산은 불가능하며, 백성들이 안정된 생업에 종사하는 것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나라가 도탄에 빠지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지도자의 철학 부재 때문이다. 자고로 한 가정의 가장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가족들이 불행하게 되듯이 한 국가의 지도자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지 않으면 국민은 불행하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더욱이 지도자를 보좌하는 참모진들의 철학 부재 또한 지도자 못지않게 국가와 국민에게 해악(害惡)을 끼치게 되는 법이다. 국민에 대한 사랑과 충성은 뒷전이고, 자신들이 모시고 있는 지도자에게만 충성한다. 아울러 자신들의 천박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여 백성 위에 군림할 때면 국민은 절망의 수렁에 빠져 헤쳐나오지 못할 게 뻔하다.

역사 속의 간신들은 그 악랄한 속내만큼이나 끼친 해악도 컸다. 그들은 군주를 포악하게 만들었고, 나라와 권력을 훔쳐 농락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충신을 모함했고, 조정의 기강을 문란하게 만들었으며, 백성을 도탄에 빠뜨려 신음하게 하였다. 간신들이 독버섯처럼 정치권에 빌붙어 수천 년 동안 부패하고 암울하며 치욕스럽고 혼란스러웠던 역사로 물들였다. 간신들을 얕봐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그들은 세상인심을 노련하게 읽고,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에 능하며, 사람을 잘 구슬리고, 말재주가 걸출하며, 분위기 파악에도 능하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민주 사회에서도 사상(思想)과 덕성(德性)의 수양을 게을리한다면 간신들처럼 타락하기 쉽다. 세상의 풍토가 도덕적 수양은 쓸모없고, 극단적 이기주의로 변질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권력자의 주변에는 작금도 아부하며 부귀를 탐하는 간신배들이 들끓는다.

청나라 때 화신(和珅)이란 간신의 재산을 모조리 압수해 보니 가옥이 2000여 채, 논밭은 1억 6000만 평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밖에 규모가 큰 금고인 은호(銀號)의 자본금이 금 2만 2000kg, 전당포 자본금은 은 3만kg, 금고(金庫)에 순금이 2000kg, 은고(銀庫)에 은원보(銀元寶) 등이 895만 5000 개에 달했다고 한다. 화신이 재상으로 재직했던 20여 년 동안 부정으로 긁어모은 재산은 무려 8억 냥에 달했다고 한다. 이 금액은 당시 청나라 조정의 10년간 수입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였다는 것이다. “나라를 세우는 데는 수많은 충신을 필요로 하지만, 나라를 망하게 하는 데는 간신 하나면 족하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만고의 진리로 와닿는 것은 왜일까?

그러기에 간신에 대한 역사의 징벌은 인정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의 공정한 심판은 긴 시간과 커다란 대가를 요구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간신들의 잔혹한 짓거리와 끊임없는 악행이 국가와 국민에게 커다란 피해와 고통을 안겨준 뒤에야 비로소 인식되고 드러나기 때문이다. 혹자는 새가 죽으려고 할 때는 그 울음이 슬프고, 사람이 죽으려고 할 때는 그 말이 선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간신들이 은퇴나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악행에 대해서 무릎 꿇고 국민에게 사죄한들, 그 죄는 사라지지 않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역사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운다. 고위공직자들은 새겨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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