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최상목 같은 사람들

2025-04-17

초등학교 자녀와 함께 부모가 퀴즈를 푸는 예능 프로그램을 봤다. 문제가 쉽지 않았다. 국민의 5대 의무가 뭐냐는 질문이 그랬다.

4대 의무까지는 알겠지만, 5대 의무도 있었나 싶었다. 국방, 납세, 교육, 근로에다 ‘환경보전’까지 보태서 5대 의무라는 거다. 근거가 있을까?

답은 헌법 제35조 1항에 있었다.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환경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받아들이긴 힘들었다. ‘노력’이 의무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국가가 앞장서야 할 환경보전을 마치 국민만의 의무인 것처럼 강조하는 것도 이상했다. 게다가 헌법은 환경보전 노력 이전에 모든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는 제쳐두고 의무만 강조, 아니 강요하고 있는 거다.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10조를 비롯해 우리 헌법이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니 국가는 초등학생에게 ‘국민의 5대 의무’를 가르칠 게 아니라, 국민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부터 가르쳐야 한다. 그렇지만 국민의 4대 의무니 5대 의무니 하는 말은 반복적으로 들었지만, 국민의 4대 권리니 5대 권리니 하는 말은 아예 들어본 적도 없을 정도다.

이런 식의 일방적 교육은 일종의 연성 쿠데타다. 존엄과 가치를 가진 국민, 권리의 주체인 국민을 자의적 헌법 해석을 통해 국가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시킨 거다. 이런 풍토가 민주화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에도 여전한 것은 관료들 탓이다.

관료, 특히 적지 않은 고위 관료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끊임없이 흔들고 있다. 공무원은 헌법 제7조 규정처럼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존재다. 그렇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국민에 대해 책임지기 위해 공무원이 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남들보다 더 봉사하려는 마음과 책임감이 강한지도 모르겠다.

헌법 규정대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강조하면 공무원의 책임은 커지고 일은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저 출세를 위해 공직자가 된 사람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되는 거다. 그래서 아예 초등교육부터 국민의 권리는 간단히 넘어가고 의무는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아닐까.

국민에 대한 봉사는커녕, 제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지금 정부의 서열 1·2위 자리에서 대통령 놀음을 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내란 세력과 짝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포함한 내란 세력을 감싸기 위해서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위법을 자행하기도 한다. 여러 정부에서 요직을 거쳤고, 어떤 공직자보다 많은 것을 누렸지만, 그의 욕심은 끝도 없다. 올해 재산 신고액은 87억원인데, 지난해보다 3억8000만원 늘었다. 보통의 국민이 평생 일해도 만질까 말까 하는 거액을 한 해 만에 벌어들였다. 국민 덕에 공직생활을 오랫동안 했지만 국민 평균 재산의 20배를 가볍게 넘어서는 재산을 모았다. 반면교사로 손꼽힐 만한 사람이다.

최상목도 막상막하다. 어눌한 척하면서도 국회에서 뻔한 거짓말을 반복했다. 증거인멸을 위해 휴대전화를 바꾸고는 증거를 제시할 때까지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 한국 경제의 총사령탑이 미국 국채를 사놓고는 은행원이 권유했다며 어설픈 핑계를 댄다. 재산도 44억원이고, 한 해 동안 1억9000만원쯤 늘렸다.

한덕수, 최상목 같은 사람이 요직을 차지한 것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책임이겠지만, 윤석열 자신을 포함해 형편없는 공직자들이 여러 번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솎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하긴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에서 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었을 거다. 내란 사태도 없었을 거다.

공무원더러 수도자처럼 살라는 게 아니다. 가족 부양에다 노후 대비까지 해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국민 평균을 넘어선 부를 부끄러워했던 문형배 헌법재판관처럼 염치를 갖고 살라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욕심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한덕수, 최상목처럼 지나치면 안 된다는 거다. 공직이 제 잇속만 차리기 위한 자리로 악용되어선 안 된다. 제2의 한덕수, 최상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6월에 출범하는 새 정부의 중요한 숙제다. 공무원 입직부터 챙겨봐야 할 것들이 많다. 문제만큼 숙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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