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임금의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창덕궁 불로문(不老門)의 출입이 제한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2일 "국가유산 보호와 보존 처리를 위해 창덕궁 불로문 출입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불로문 아래를 지나거나 통과할 수 없다. 창덕궁 후원 관람 동선도 일부 변경된다. 기존에는 후원의 애련지 권역을 관람할 때 불로문을 통과했으나, 앞으로는 왼쪽에 있는 의두합을 거쳐 애련지, 연경당, 관람지 등으로 이어지는 경로로 바뀐다.
불로문은 높이 약 2m다. 넓은 돌판 한 장을 다듬어 만든 석문이다.
조선 궁궐 전각의 명칭과 위치, 연혁 등을 정리한 문헌 '궁궐지(宮闕志)'에는 "애련정 동쪽에 석문이 있는데 불로문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 문은 '지나가는 사람이 다치거나 병 없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전승이 있으며,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전국 여러 곳에 모방 형태의 문이 세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창덕궁 원형 불로문의 보존 상태를 우려하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8년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정상필·이영한의 논문 '창덕궁 불로문의 역사적 의미 고찰'은 불로문이 상하 너비와 좌우 비율이 다른 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지나면 늙지 않는다'는 속설은 한편으로 '만지면 늙지 않는다'는 의미로 재해석돼 불로문을 찾는 많은 관광객이 한 번씩 쓰다듬으며 지나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부에 금이 간 것 역시 보존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창덕궁 측은 이러한 상태를 고려해 출입 제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창덕궁관리소는 지난달 28일 누리집을 통해 관람 동선 변경을 공지하며 "균열 및 풍화로 훼손된 석조물 보존 처리 및 보호를 위해 불로문 출입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현재는 해당 조치를 '보존 처리 및 국가유산 보호' 차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창덕궁관리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불로문 상단에는 과거 균열로 인한 흔적이 있다. 약 20년 전에 보존 처리를 했으나 전문가 자문을 거쳐 다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훼손이나 오염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문화유산 본연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보호할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