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IT업계서 벌어진 일

2024-12-15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월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1일 만이다.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결정하게 된다. 헌재는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이번 탄핵 정국은 IT 업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이 시기 국민들의 정보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에 IT 업체들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또 특정 기업들은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번 탄핵 정국에 있었던 IT 업계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트래픽 폭탄과의 전쟁 펼친 IT 업계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네이버 카페 서비스가 장애에 빠졌다.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다”는 문구만 출력되며 접속이 되지 않았다. 네이버뉴스 댓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계엄군이 네이버 시스템을 장악한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원인은 급격한 트래픽 증가로 인한 것이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이용자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대거 네이버 서비스에 접속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뉴스의 경우 트래픽 급증 경험이 많아 트래픽 폭증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었는데, 네이버 카페는 상대적으로 트래픽이 일정했기 때문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이번 탄핵 정국에 비상근무 체계를 운영했다. 네이버는 뉴스의 경우 재해·재난 상황 가운데 접속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카오 역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이용자가 폭증했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 전후 트래픽 폭증이 예상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용자들이 불편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트래픽 폭증을 걱정한 것은 온라인 플랫폼뿐만이 아니다. 이동통신사들도 여의도에 대규모 인파가 몰렸을 상황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다. 여의도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흔치 않기 때문에 탄핵정국 초기에는 통신사들도 처음에는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7일에는 여의도에서 모바일 통신 장애가 발생했고 일부 참석자들은 유튜브나 카카오톡 이용에 불편을 겼기도 했다. 이런 일의 재현을 막기 위해 두번째 탄핵안 표결일 통신 3사는 여의도에 이동기지국 29대와 간이기지국 39대를 배치하고, 광화문과 서울시청 일대에 6대, 용산에 1대 등 총 36대의 이동기지국을 설치했다.

선관위 서버 탈취 시도와 보안시스템 논란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계엄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했다. 계엄군은 전산실에서 서버 등 전산장비를 촬영했으며, 서버 탈취를 계획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해 ‘부정선거’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서버가 해킹으로 취약하고, 이로 인해 부정선거가 일어났다는 것이 윤 대통령과 일부 지지자들의 생각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선관위 서버는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우리나라 선거는 종이에 도장을 찍는 방식의 실물투표이자, 수개표 방식이기 때문에 각 지역 투표함을 모두 조작하지 않는 이상 선관위 서버가 해킹됐다고 해도 선거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선관위는 설명했다. 전산 시스템은 투표 결과 집계하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보조적 용도일 뿐,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내 보안업계로 때아닌 불똥이 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2일 담화에서 “작년 하반기 선관위를 비롯한 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해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며 “(선관위의) 시스템 보안 관리회사는 아주 작은 규모의 전문성이 매우 부족한 회사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아주 작은 규모의 전문성이 부족한 회사”가 윈스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윈스는 국내 보안 업계 기준에서는 규모가 작지도 않고 전문성이 부족하지도 않다. 지난해 매출 1068억원을 기록한 회사로, 국내 보안업계 톱5 안에 드는 회사다.

비투엔에도 불똥이 튀었다. 비투엔은 2018년 지방선거 정보시스템 성능관리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후 쌍방울이 비투엔을 인수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까운 비투엔이 선관위 시스템을 관리함으로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쌍방울을 매개로 한 이재명과 북한 대남공작, 중앙선관위 서버 관리의 연결고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글을 공유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비투엔은 “허위사실을 확대 재생산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포함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24년 1월 초 선관위 사업을 철수했으며, 현재 관련 프로젝트는 다른 회사가 맡아 진행 중이다.

주가 상승한 카카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되고,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자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의 주가가 뛰었다. 탄핵안 표결이 있기 전날, 카카오 주가는 5.3% 상승했다. 이 외에 카카오뱅크 3.38%, 카카오페이 10.4% 카카오게임즈 18.3% 등 계열사 주식도 모두 상승했다.

이는 현 정부와 카카오의 관계를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부도덕하다”고 노골적으로 비난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현 정부에서 전방위적인 위기에 빠졌다. 공정위, 금감원 등 경제관련 사정기관이 전방위적으로 카카오를 압박했다. 카카오와 계열사 주가가 오르는 현상은 정부가 바뀌면 카카오가 이와 같은 압박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단한 유튜브 파워

유튜브는 엄청난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유튜브 라이브를 켜고 국회에 입성했다. 대한민국의 제 1당 대표가 국회 담장을 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 이 대표는 라이브에서 시민들에게 국회 앞으로 모여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밤 늦은 시간에 비상계엄이 선포됐지만 수많은 인파가 국회 앞으로 집결했고, 시민들은 계엄군이 국회를 점령하지 못하도록 1차 저지선 역할을 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정치 관련 유튜브에 엄청난 시청자가 몰렸다. 팟빵이 운영하는 ‘매불쇼’의 경우 동시 시청자가 100만명이 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특정 유튜브에 지나치게 심취해 비상계엄과 같은 오판을 내렸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부정선거 등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설파하는 채널에 대통령이 중독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극우 유튜버’라고 불리는 일부 정치 유튜버는 비상계엄을 옹호하기도 했다.

계엄령이 발동하면 계엄군은 보통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방송국을 최우선 장악하는데, 이번에는 방송국에 계엄군이 가지 않았다. 오히려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채널 건물에 계엄군이 갔다. 유튜브는 계엄군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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