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전기 코드 모두 뽑고 교회로 대피”

2024-10-10

‘밀턴 강타’ 플로리다 한인사회

지역 한인교회 피난민들 도와

탬파 인근 프리웨이 마비상태

회사, 학교, 마켓 대부분 닫아

초강력 허리케인 ‘밀턴’이 플로리다주 서부 해안에 상륙하면서 탬파 등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대피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2주 전 허리케인 ‘헐린’으로 인한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밀턴은 9일 오후 늦게부터 탬파가 위치한 중서부 해안에 상륙했다.

탬파는 플로리다주에서 한인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로, 현재 약 2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탬파통합한국학교의 김진희 교장은 9일 본지와 통화에서 “9일 오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매우 평온했으나, 오후 2시부터 비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며 “많은 한인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피 행렬로 인해 교통 체증도 심한 상황이다. 김 교장은 “평소 탬파에서 북쪽의 게인즈빌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리지만, 오늘은 무려 10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와 조지아를 연결하는 I-75 프리웨이는 대피 행렬로 인해 교통이 마비된 상태다.

김 교장은 “한 교사가 어제 탬파에서 출발해 22시간 만에 겨우 애틀랜타에 도착했다고 연락을 받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탬파에서 애틀랜타까지는 평소 약 7시간이 소요된다. 김 교장은 이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집의 전기 코드를 모두 뽑고 교회로 피신했다”며 “이번 주는 학교 휴강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탬파 지역의 한인 교회들은 주민들의 대피를 돕고 있다. 탬파 한인 감리교회는 대피할 곳이 없는 교인들을 위해 교회를 개방하고 생수 등의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 교회 한명훈 목사는 “2주 전 허리케인 헐린으로 차량이 파손된 교인도 있을 만큼 피해가 컸는데, 이번에는 많은 교인이 애틀랜타, 잭슨빌 등으로 대피했다”며 “해안가와 강가 근처의 홍수 위험 지역은 거의 주민들이 떠난 상태”라고 전했다.

심지어 지난 8일부터는 플로리다에서 대피한 이들이 속속 애틀랜타에 도착하고 있다.

애틀랜타 지역 크라운 플라자 페리미터라비나 호텔의 한인 관계자는 “어제(8일)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탬파, 새러소타 등에서 가족 단위 피난민들이 증가했다”며 “예약된 객실 250개 중 대부분이 플로리다 피난민들로 채워졌다”고 밝혔다.

호텔 측은 피난민을 위해 할인 제공, 식당 영업시간 연장, 어린이용 게임룸 운영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탬파 지역에서는 통신 서비스까지 제한된 상태다.

전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은 “탬파에서 9일 오전 10시 44분(동부시각)부터 네트워크가 중단됐다”며 “이로 인해 데이터, 음성 통화, 문자 메시지, 그리고 무선 홈 인터넷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랜도 역시 비상 상황은 동일하다. 사재기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올랜도 주민 이은숙씨는 “코스트코와 인근 마켓에서 물과 통조림 등이 모두 동이 난 상태”라며 “마켓들이 9일부터 문을 닫았기 때문에 어제(8일)까지 사재기가 극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한 “10일까지 대부분의 회사, 학교, 관광지 등이 문을 닫는다”며 “주택가에는 정전 상황에 대비해 전기 보수 트럭들이 줄지어 대기 중인데, 트럭 이름을 보니 텍사스 등 다른 주에서도 지원을 온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올랜도의 위일선 변호사는 “이번 허리케인은 예년보다 훨씬 강력해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며 “상가들은 유리창에 널빤지를 대고 대비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 허리케인이 예상 경로가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장수아·정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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