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깨진 ‘특고·플랫폼 노동자 꿈’

2025-05-26

“이재명 ‘최저보수제’ 추진한다. 특고·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보장.” 지난 21일 동료 라이더가 카톡으로 보내준 기사 제목이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흥분된 마음으로 뉴스를 공유하던 그날 밤 민주당에서 해명자료를 냈다. “오늘 민주당이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플랫폼 노동자의 꿈을 깬 건 이번만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5월1일 노동자의날을 맞아 자신의 SNS에 “고용 형태나 계약 명칭과 무관하게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습니다”라고 썼다. 당일 종로구 포장마차에서 진행한 배달노동자, 보험설계사 등 특고·플랫폼 노동자 간담회에서도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 정도 보수는 받아야 한다’는 최소보수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소보수제는 민주당의 노동 공약에 포함됐다가 최종적으로 빠졌다.

민주당은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적정임금 보장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민주연구원은 지난 2월 발간한 불평등보고서에서 비정형 일자리의 빠른 증가, 부족한 임금소득을 보충하기 위한 부업의 증가로 복합 소득자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복합 소득자란 월급 받는 직장에서 퇴근 후 건당 수당을 받는 대리운전 일을 하는 노동자처럼 여러 소득을 얻는 노동자를 말한다. 무려 458만명이다. 복합 소득자를 포함해 3.3%의 사업소득세를 내는 비임금 근로자는 862만명에 이른다. 3월 발표된 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자료에서도 특고·플랫폼 프리랜서 임금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앱 지배하에 뿔뿔이 흩어져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사용자와의 협상을 통해 임금을 결정하기 어렵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도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최저임금위원회라는 노사정 교섭장을 마련한 것처럼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적정임금 보장을 위한 국가 차원의 교섭제도가 필요하다.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적정임금 보장은 산업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21년 9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게 소속 배달노동자의 사고율은 30.2%, 플랫폼 배달노동자의 사고율은 212.9%였다.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건당 임금이 낮으면 짧은 시간 많은 업무를 수행해야 해서 사고 위험이 크다. 화물 안전운임제 역시 과로·과적·과속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다. 공장은 컨베이어벨트 속도가 노동 강도를 결정하지만 특고·플랫폼 사업장은 건당 임금이 노동 강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데이터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도 있다. 뉴욕시는 배달노동자의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노동자의 로그인 시간, 배달 수행건수, 노동자에게 지불한 총금액 등을 제출받았다. 배달노동자의 연락처도 제출받아 일할 때 들어가는 비용과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설문도 했다.

민주당이 특고·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하지 않겠다고 한 다음날인 5월22일 또 한 명의 대통령 후보 권영국은 유세장에서 이렇게 외쳤다. “1500만명의 노동자가 해방 이후 지금까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노동자의 지금을 바꾸지 못하면 80년을 기다려도 노동자의 해방은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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