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생, 일·가정 양립 대책부터 세우라

2025-02-23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만 9200명(7.7%) 감소한 23만 명이었다. 이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출생아 수는 8년 동안 계속 감소했다. 그런데 지난해엔 반등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돼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산율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세한 통계가 나와야 알겠지만 출생아 수는 2023년 23만 명 수준에서 지난해 24만 명에 가까워진 것으로 추측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2023년 0.72명에서 2024년 0.75명 수준으로 상승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속적 출산율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 출산이나 혼인을 미룬 부부들이 비로소 아이를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은 이전까지 출생아 수가 워낙 적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혼인건수가 증가한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지방정부들이 둘째 이상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어쨌거나 당분간이나마 회복세가 예상된다니 반갑다.

청년들이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먹기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혼자 벌어서는 가정을 꾸려나가면서 집을 장만하기 어렵다. 맞벌이를 하자면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들다. 교육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맞벌이를 한다 해도 벅차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출산대책이 요구된다. 이 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저출산 대책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소액 지원금을 비롯한 자잘한 정책, 일회성 정책을 시행하기 보다는 가임부부들과 혼인을 생각하고 있는 젊은 남녀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과감한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없애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잡다한 생색내기용 정책 대신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굵직한 정책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아울러 직장과 가정의 일을 함께 할 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앞장서서 정책적으로 노력해야 할 일이다. 아울러 기업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이제 자녀 출산과 양육은 개인의 일이 아니다. 지역과 국가의 운명이 걸린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확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저출생 극복, 근로시간 단축과 일·생활 균형 확보부터!’ 보고서는 관심을 끌만 하다. 경기연구원은 “2021년 기준 OECD 국가 중 5번째로 높은 연간 근로시간이 보여주듯, 장시간 일하는 문화가 경제활동과 가족적 책무의 양립을 어렵게 한다”며 저출생 극복을 위해 현행 법정 근로시간인 주40시간을 주35시간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육아 관련 제도의 낮은 실효성’과 ‘장시간 노동문화’가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고, 출산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초저출산의 여러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국 20~59세 노동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일·생활 불균형의 이유로 장시간 일하는 문화와 과도한 업무량을 꼽았다.(남자 26.1%, 여자의 24.6%) 20대 여성은 39.3%로 특히 높았다. 다수의 30대 여성도 업무량과 노동시간이 많다(31.5%)고 답했다.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을 한 30~40대 남자와 20~30대 여성은 절반이나 됐다. 이들은 출산과 양육의 주 연령대다.

경기연구원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이 우선 도입하자고 했다. “통근 시간 일부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선제적으로 검토하자”는 제안도 했다. 육아기 자녀를 돌보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근무시간을 더 단축시키자는 제안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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