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HDC 회장의 둘째 아들 정원선 씨가 작년 말 HDC현대산업개발 회계팀에 입사한 뒤 최근 핵심부서로 발령받아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산업공학을 전공한 원선 씨가 정 회장의 세 아들 중 가장 먼저 그룹 주력 계열사에서 근무를 시작한 것이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원선 씨는 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 회계팀에 입사했고 올 1월 중순 DXT 팀으로 발령 났다. 정 씨가 입사한 직급은 부장급에 해당하는 2급(5~6호봉) 으로 파악됐다.
그가 현재 근무 중인 DXT(Digital Transformation Team) 팀은 지난해 초 HDC현대산업개발이 디지털 전환(DX) 가속화를 내세워 신설한 최고경영자(CEO) 직속부서다. HDC 기업문화혁신실 산하 부서로 미래 전략 수립과 투자개발, 기획, 조직평가, 공정 업무 등 회사 경영의 전반을 총괄하는 곳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가장 힘 있는 부서'로도 통한다.
업계에선 정원선 씨가 정몽규 회장의 세 아들 중 처음으로 현업부서에서 근무를 시작한 점에 주목한다. 그는 1994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정보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정 회장이 도급순위 10위권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후계자로 원선 씨를 낙점한 게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회사 안에선 올해 만 31세인 정원선 씨가 부장급으로 바로 입사한 점과 회사의 사업 비전 및 다른 재벌가의 경영 승계 사례 등을 볼 때, 향후 그가 팀장, 임원 등 고속 승진을 거쳐 광운대 역세권 사업지(프로젝트명: 서울원)로 본사가 이전할 예정인 2030년경 본부장 이상 자리에 내정되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정원선 씨는 그룹 지주사인 HDC 지분의 0.28%(17만주)를 보유했다가 지난 2022년 2월 이를 개인 투자사인 더블유앤씨엔베스트먼트에 출자했다.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는 정 씨가 2022년 1월 설립한 회사로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몽규 회장의 장남 정준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조교수(1992년생)와 막내 정운선(1998년생) 씨가 지분의 100%를 보유한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와 에스비디인베스트먼트는 HDC 지분의 0.49%(29만주)와 0.22%(13만3300주)를 가지고 있다.
업계에선 정 회장의 세 아들, 준선(1992년생)·원선(1994년생)·운선(1998년생) 씨가 20~30대의 젊은 나이인 데다 막대한 증여세를 감당하면서까지 지주사의 지분을 한꺼번에 매입할 여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 회장과 세 아들이 지분의 87.0%를 보유한 HDC자산운용(에이치디씨자산운용)이 재원으로 거론된다. HDC자산운용의 작년 5월(대규모기업집단현황 공시) 기준 지분 구조는 정몽규 회장의 개인법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 54.25%, 장남 운선 씨 13.01%, 차남 정원선 씨 8.30%, 제이앤씨인베스트먼트 6.82%, 더블유앤씨인베스트먼트 4.71% 등이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선 지난 2019년부터 정 회장의 세 아들이 나란히 지주사 HDC 주식을 본격적으로 매수하자, 후계 구도에 대한 설들이 나돌았다. 당시 회사 안팎에선 이들의 전공과 알려진 성향에 비춰 볼 때 첫째 준선 씨에게 인수를 추진 중이던 아시아나항공을, 둘째 원선 씨에게 HDC현대산업개발을, 셋째 운선 씨에는 호텔·리조트 부문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있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최종 무산됐지만 장남 준선 씨의 최근 HDC랩스 매수 양상은 주목할 대목이다. 정준선 씨는 2024년 1월 HDC랩스 보통주를 처음 매수한 뒤 추가 매수를 이어갔고 현재 지분율은 0.5%(13만주)로 3대 주주에 올라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의 둘째 아들이 2급으로 입사해 DXT 팀에서 근무 중인 게 맞다"면서도 "후계 구도에 대한 사항은 나온 바 없고 추측성 내용은 확인할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