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성 형사법무정책연구원 AI 미래정책연구실장 인터뷰
딥페이크 기술 발전하면서 범죄도 진화…피해 사례 늘어
"부다페스트 협약 미가입, 결국 국가의 의지 약한 것" 쓴소리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예전에는 딥페이크로 유명 연예인을 만들어 합성하는 식이었죠. 이제는 세상에 없는 사람을 만들어요. 이런 기술을 이용해 보이스피싱 범죄나 로맨스 스캠은 더 섬세하게 사람 틈을 파고듭니다."
오랜 기간 보이스피싱을 연구한 윤해성 형사법무정책연구원 AI 미래정책연구실장은 26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법정 선 보이스피싱] 글싣는 순서
1.
조직편 '9시 출근 9시 퇴근'…직원 한 명 잡혀도 멈추지 않는 '범죄공장'
2. 곽금주 "취업 절박함에 캄보디아行…조직적 범죄생활에 점차 순응"
3. 착취편 "징역살기 싫어요"…지적장애인, 왜 판사 앞에 서게 됐나
4. 노동편 '마동석팀' 그녀는 왜 '초선'이 됐나…일자리 잃은 청년들의 선택
5. "개별 검거해도 '일망타진' 어려워"…변호사 3人의 현장 분석은
6. 기술편 '친밀한 속삭임' 끝 입금계좌...신뢰까지 해킹한다
7. "일반인 목소리도 3초면 복제…해결책은 국가간 공조"
딥페이크 기술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사용하던 기법이었지만, 점차 기술이 진화하며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고양이와 쥐 게임'이 이어지는 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인공지능(AI)과 비대면 활동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며 간단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접근이 가능해지며 보다 기술적인 범죄가 확대되는 게 특징이다.
당장 인터넷에 '무료 딥페이크', '딥페이크'만 검색해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앱이 다수 확인된다. 몇 번의 검색을 거치면 누구라도 속을 수 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블로그를 통해 더 자연스러운 딥페이크를 만드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고해상도는 필수', '되도록 자연광 조명으로', '피부톤을 비슷하게 하고, 헤어스타일을 배합할 것' 등 딥페이크를 위한 자세한 팁을 알려준다.

윤 실장은 "이제는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까지 복제할 수 있다"라며 "외관뿐만 아니라 '딥보이스' 기술도 활용한다. 약 3초 정도의 일반인 통화 녹음본을 가지고 있으면 AI가 활용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한국 드라마로 목소리를 딥보이스로 익혀 본인 목소리에 입혀 사람을 속일 수 있다"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홍콩의 한 금융사 직원이 딥페이크 화상회의에 속아 2억 홍콩달러, 한화로 약 375억원에 달하는 돈을 송금했다. 범죄자들이 딥페이크로 구현한 것은 다름 아닌 직원이 일하는 금융사 본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화상회의에 참석한 직원까지 모두 딥페이크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23년에는 '배터리 아저씨'로 잘 알려진 개인투자자 박순혁 작가가 유튜브 광고에 등장하며, 소셜미디어 친구 추가를 유도하고 투자를 권유했다. 이는 잘 조작된 딥페이크 가짜 영상이었으나 속아 넘어간 피해자는 대포 통장으로 추정되는 계좌에 약 6600만원을 이체했다.

유명인뿐만 아니라 지인이나 가족도 딥페이크 대상이 된다. 윤 실장은 "최근 해외에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손자 등을 딥페이크와 딥보이스로 흉내 내 '교통사고가 났으니 돈 좀 보내달라', '구금당했으니 보석금 좀 송금해 달라'는 식으로 보이스피싱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이뤄질 일이다.
기술 발전으로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감이 커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윤 실장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는 가짜 인물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과 함께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가 있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이 활황이라면, 그때 맞게 투자를 유도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지속적으로 범행을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결국 정답은 국제 공조다. 윤 실장은 세계 최초 사이버 범죄에 관련 국제 협약인 '부다페스트 협약' 등에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그는 "윤석열 정부 당시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을 위한 연구 용역이 들어왔는데, 코로나와 비상계엄이 겹치며 사실상 무산됐다"라고 했다.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된 국가에서 사이버 범죄가 발생할 경우 협약에 따라 증거를 의무적으로 보존해야 한다. 한국은 보존이나 추적 등이 전부 의무가 아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범죄를 해결하는 데 치명적인 취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련해 법 규정 개정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한국도 협약에 가입하고 형사소송법 내 증거를 보존하는 규정을 만들면 된다. 그렇게 되면 사이버 범죄와 관련해 더 많은 자료를 받을 수 있고, 사법 공조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협약에 가입하지 못한 이유는 '방법을 몰라서'다. 윤 실장은 "일본도 (협약에 가입하기 위해) 법을 손질하는 데 9년이 걸렸다. 현재 의향서는 제출했지만 비준절차 등은 아직이다"라고 꼬집었다.
윤 실장은 "사이버 범죄는 이 협약이 아니면 잡을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관련한 얘기는 7~8년째 하고 있는데, 안 되고 있어서 답답하다. 결국 정부의 의지가 약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윤 실장은 '기술은 기술이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제 공조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기술이 뒷받침돼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워낙 엄격해 수사 등에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법제화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100win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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