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가능성 고조 분위기 속
한국이 찍은 위성 사진 요청 전망
불법 핵 활동 국가 동향 파악 목적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29일 우주항공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 설비를 관리하지 않는 우주항공청에 IAEA 사찰단이 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사찰단 방문에는 이유가 있다. 북한처럼 IAEA 감시를 거부한 국가들의 불법 원자력 시설 촬영에 한국 인공위성을 활용할 방안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올해 들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찰단의 방문 시점이 미묘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날 과학계에 따르면 IAEA 사찰단은 경남 사천시에 소재한 우주청을 방문해 국제 협력 업무를 관장하는 우주청 국장급 인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찰단은 정기적인 방문 일정에 따라 한국에 입국했으며, 외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와 원안위는 IAEA 사찰단의 주요 소통 창구다. 그런데 사찰단 일정 가운데 전례 없이 우주청 방문이 포함되면서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우주청 관계자는 “자신들의 업무 내용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위성 촬영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사찰단이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성을 통해 원자력 시설을 찍으면 가동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시설은 필연적으로 열기를 만든다. 이 때문에 눈이 쌓인 지역에서 원자력 시설이 가동되면 특정 건물이나 기기 근처의 눈이 녹는 모습을 위성 사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원자력 시설 주변에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구조물이 생기거나 각종 차량 이동이 빈번해지는 것도 위성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이 불법 가동되는 원자력 시설에서 나타난다면 ‘요주의’ 징후로 간주된다.
현재 IAEA는 미국 등 특정 국가의 정찰 자산과 상업용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을 이용해 불법 원자력 시설을 가동하는 국가들을 살피고 있다. IAEA는 이번 우주청 방문을 통해 위성 사진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경로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 원자력 시설을 살피는 위성 사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이번 IAEA 사찰단의 우주청 방문 시점은 대표적인 불법 핵 활동 국가인 북한의 최근 움직임과 맞물려 묘하게 주목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북한은 영변 재처리 시설에서 플루토늄 생산을 계속하면서 김정은이 결심한다면 언제라도 핵실험이 가능하도록 풍계리 갱도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한국 위성은 대북 감시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 2014년부터 아리랑 5호가 원자력 시설을 포함한 북한 군사 동향 촬영에 쓰이기 시작했다. 이번 사찰단 방문과 관련해 정부 소속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 위성 사진이 IAEA에서 활용되지 않은 것은 북한의 반발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IAEA에 위성 자산을 제공하는 일을 북한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주 과학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북한과의 관계는 단절됐다”며 “남북이 평화롭게 지내던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모를까 현재는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일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핵을 이용한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향후 IAEA와 우주청이 어떤 협조 관계를 맺을지에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