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록페스티벌 쳐들어온 북한군…하마스 침공이 일깨운 것 [취재일기]

2025-11-25

# 어느 가을, 파주 비무장지대(DMZ) 인근 들판에서 열린 대형 락 페스티벌. “전쟁의 땅에서 평화를 노래하자”는 슬로건 아래 모인 수천 명의 청년이 빼곡한 텐트 사이에서 밤새 축제를 즐긴다. 앰프엔 마지막 곡이 흐르고 어느새 동이 튼다.

그때 하늘에서 드론이 뜨고 동시에 장사정포가 날아든다. 서둘러 축제장을 빠져나가려던 차량 행렬로 자유로 진입로는 금세 꽉 막힌다. 이유를 몰라 경적이 울려 퍼지는 사이 멀리서 연기가 치솟고 총성이 들린다. 북한군으로 보이는 무장 인원이 몸을 낮춘 채 대전차로켓포를 멈춰있는 차량들을 향해 겨눈다.

이 가상의 장면은 마냥 낯설지는 않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232번 도로와 노바 페스티벌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을 한반도의 지명과 도로로 바꿔봤더니 ‘머나먼 중동의 비극’쯤으로 소비됐던 사건이 바로 옆 동네 이야기로 다가온다.

닮은 건 이뿐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하늘엔 방공체계 ‘아이언돔’, 땅에는 펜스와 센서로 촘촘히 둘러친 ‘아이언월’이 있다는 믿음 위에 나라를 운영해 왔다. 장비를 믿고 경계 병력 상당수를 서안지구로 옮겼다. 그런 신화가 하마스에 의해 단 몇 시간 만에 무너졌다.

한국도 DMZ와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각종 감시장치를 깔고 이를 ‘과학화 경계시스템’이라 부른다. 병력 감축과 복무 기간 단축 논의에는 늘 “장비가 지켜준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마스와 북한의 관계가 그리 먼 것도 아니다. 무기와 전술 면에서 두 조직은 놀랄 만큼 유사하다. 합참도 당시 이를 언급했다. ▶휴일 새벽 기습공격 ▶대규모 로켓포 발사로 방공체계 혼란 야기 ▶드론 공격으로 각종 감시·통신·사격통제 체계 파괴 후 침투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한 침투작전 등 하마스가 구사한 수법은 북한이 평소 강조한 전술교리다. 이스라엘의 안보 신화가 깨지는 과정을 북한이 선행학습의 교범으로 삼을 것이란 예상은 자연스럽다.

하마스가 스스로를 ‘포위된 약자’로 포장해 온 선전술 역시 북한이 다듬어온 ‘피포위 의식’과 다르지 않다. 수십 년간 군사력을 축적하고 공격 의지를 갈고 닦았으면서도 약자 프레임으로 상대의 내부 갈등을 야기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마스와 북한은 또 수뇌부를 지키기 위해 민간인 희생을 거리끼지 않는다. 하마스는 요격체계 대신 민간인을 방패로 쓰는 일종의 ‘민간인돔’을 세우고 지휘부를 땅굴에 숨겨놨다. 김정은 정권도 유사시 주민을 내팽개치고 도주할 수 있도록 지하 갱도를 촘촘히 팠다.

232번 도로의 악몽을 한반도에 대입해보는 건 섬뜩하지만 필요한 경고일 수 있다. 하마스의 서사가 진화를 거듭하는 북한 정권의 생존법과 투쟁법을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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