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안보의 핵심은 국가의 정보 역량

2025-11-2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취임 직후, 미국 중앙정보국(CIA)처럼 각 부처에 흩어진 정보를 통합·분석·처리하는 국가정보국 신설을 지시했다. 미국은 2024년 '정보 개혁 및 보안법(RISA)'을 제정해 해외 정보 수집과 상업 데이터 구매를 중앙 통제 체계 아래 두며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영국은 국가사이버포스(NCF)를 신설해 사이버전과 정보작전을 통합했고, 대만과 호주 또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기관을 재편하고 있다. 이 모두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쟁의 중심축이 정보·기술전으로 이동했음을 인식한 데 따른 조치다.

이 같은 흐름은 한반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북한은 최근 대남 및 해외 공작·첩보활동을 총괄하던 '정찰총국'을 '정찰정보총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위성정찰, 사이버 작전, 정보 분석 기능을 결합한 종합 정보기관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것이다. 이는 2009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군에 흩어져 있던 대남 공작기구를 통폐합해 '정찰총국'을 출범시킨 이후 16년 만의 대대적 개편이다.

북한은 일찍부터 정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해 왔다. 걸프전 당시 전자전(Electronic Warfare)의 위력을 목격한 뒤, 인민군 내 '지휘자동화국'을 신설하고 각 군단에 전자연구소를 운영했다. 이후 사이버 공격, GPS 교란, 드론 정찰, 해외 해킹조직 운영 등 다양한 전자전 능력을 축적했다. 최근 북·중·러 밀착에 따른 정보 협력 가능성은 우리 안보의 큰 위협 요인이다. 특히 러시아의 정찰·전자전·센서 등 군사기술이 이전될 경우, 북한의 감시·정찰·사이버 능력은 비약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우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북한 특유의 폐쇄적 내부 통제 체계로 인해 인간정보(HUMINT) 확보에 현실적 한계가 있으며, 기술정보(TECHINT) 역시 미국 첩보위성에 크게 의존한다. 북한이 휴민트와 테킨트를 결합한 입체적 정보 구조를 갖춘 반면, 우리는 단방향적 수집 체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불균형은 한반도 안보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실에도 정부는 군 정보·방첩 기관의 조직·예산 축소 등 정보 역량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이전의 국정원 국내보안정보부서 및 대공수사권 폐지 여파까지 고려하면, 국가 정보체계 전반이 흔들릴 것이 우려된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건 '정보주권'이다. 한·미 공조는 필요하지만, 주권 국가로서 자주적 수집·분석 능력 없이는 미래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 정찰위성, 고고도·장기체공 드론, 인공지능(AI) 기반 정보분석체계, 사이버 공격·방어 시스템 등 핵심 테킨트 자산을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방부, 국정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위사업청 등 관련 기관 간의 유기적 협력체계가 필수적이다.

민·관·군 협력도 제도화해야 한다. 드론, AI, 위성영상 분석 등 첨단 정보기술은 민간이 상당 부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민간 기술을 정보·군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고, 공동 연구개발과 데이터 공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보전의 핵심 자산은 국방 예산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국가 전체의 역량을 통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취약한 휴민트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보호하고, 성공 사례를 축적·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북한에 국한된 간첩 범위 확대를 위한 법 개정 및 방첩 체제 재정비 역시 시급하다. 휴민트는 '공격적 확보'와 '방어적 차단'의 이중 전략으로 운용될 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한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안보전략연구소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yeom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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