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갭투자를 하는 젊은 직장인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20·30대 부동산 투자자들이 쓴 블로그 글을 읽고, 그들이 하는 유튜브도 봤다. 섬네일에는 ‘영끌’, ‘빚투’ 같은 단어가 많이 보였다. 임장 데이트를 즐겨 다닌다는 젊은 커플도 있었고, 부동산 강의를 듣는 데만 1000만원을 넘게 썼다는 직장인도 있었다.
인터뷰 당일. A는 자신을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했다. A는 구축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수도권 아파트에 갭투자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대출도 받았다.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갭투자할 아파트를 정하기 전에 부동산 공부도 많이 했다. 퇴근 후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부동산 스터디 모임까지 만들었다는 A는 “임장을 100번도 더 다녀서 서울 웬만한 지역의 대장 아파트는 다 가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는 전세로 들어가 살던 아파트의 매매가가 1년 만에 1억원이 오르는 것을 보고 부동산 투자를 결심했다고 한다. ‘개집도 오른다’고 하던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폭등기였다. 주식과 코인 투자만 하던 그는 명절에 들어온 스팸 같은 것만 먹으면서 목돈을 모아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부동산 투자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년 만에 역전세를 맞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목돈도 얼마 없는 내 또래의 20·30대 직장인이 갭투자를 하는 건 일확천금을 노리는 무모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A와 B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내가 게으르고 어리석다고 느껴질 만큼, 이들의 부동산 투자는 치열하고 절절한 면이 있었다.
B에게 “부동산 투자 수익은 불로소득인가요?”라고 물어봤다. 분명 부동산 투자 수익은 노동으로 얻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B는 부동산 투자에서 나온 소득이 자신과 배우자가 마음 졸이고 몸 고생 마음 고생을 해서 얻은 소득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런 생각 좋다, 나쁘다고 판단하기에 앞서 ‘나도 빨리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닌가’ 덜컥 조바심이 났다.
‘누가 어디에 산 아파트가 2배로 뛰었다더라’ 하는 소식을 들을 때면 부동산 투자에서 오는 이익은 우연히 얻게 되는 행운이라고만 봤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에게 부동산 투자 수익은 시간과 노력으로 얻는 돈이 돼버린 것 같다. ‘부동산에 내 시간과 노력이 투입됐다’는 마음가짐 자체가 집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자신의 기회비용을 따지게 마련이지 않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내심 집값이 좀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한다. 역대급 수요 억제책이라고 불렸던 6·27 부동산 대책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강한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예고다. 그런데도 나는 A와 B를 인터뷰하면서 앞으로는 집값이 내려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무주택자인 나로서는 암울한 미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