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요? 이걸요? 왜요?” 업무 지시를 했더니 MZ세대 부하 직원에게서 이같은 생각지도 않은 반응이 나왔는데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오히려 당황했다는 상사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중간 관리자급이 아니더라도 선후배 관계로 맺어진 조직에서는 요즘 흔한 광경이다. 일부 회사에서는 MZ세대 부하 직원을 대하는 매뉴얼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2018년 초판 출간 이후 2판으로 새롭게 출간된 ‘리더의 덕목’은 싱가포르를 도시국가로 만든 리콴유를 비롯해 디지털이퀴프먼트코퍼레이션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글도 달려가 조언을 구하고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52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50년간 조직 현장을 연구한 에드거 샤인의 마지막 책이기도 하다.
책은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겸손함을 꼽는다. 겸손한 리더십이야말로 다양한 리더십 유형을 떠받드는 기본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리더십을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개인 간이든, 개인과 집단 간이든, 집단 간이든 관계 맺기로 이뤄지는 만큼 개방적인 자세로 상대를 대하면서 신뢰를 만들 때 진정한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겸손한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책은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리고 인정하며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겸손한 자세로 전하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쉽지만 또 어려운 게 리더가 자신이 모르는 것을 부하 직원들에게 털어 놓는 것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아는 척 하는 순간 리더라는 권위마저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구성원들에게서 구하는 이가 유능한 리더라고 설명한다. 책에는 보는 순간 공감하게 될 겸손한 리더십에 대한 명언도 가득하다. “직언은 하는 게 아니라 끌어내는 것이다” “옳은 말은 그만하고 먹히는 방법을 고민하라” “나는 그들을 기능으로 보는가, 사람으로 보고 있는가”
결국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겸손한 리더십이란 관계에 인간미를 불어 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 구성원을 회사에서 기능하는 자가 아닌 인간으로 봤을 때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오고 구성원들은 심리적인 안정감, 인정받았다는 자존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인간미를 불어 넣은 조직’은 성공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1만 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