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에 빠지다] ‘호랑이 선생님’ 조자용의 뚝심

2025-05-21

한국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호랑이 얼굴을 닮은 거대한 바위 아래 아담한 무덤이 하나 있다. 최근 그곳에서 ‘호랑이 선생님’이라 불렸던 한 남자의 25주기 추모 행사가 열렸다. 겉모습과 정신적 기개가 호랑이를 닮은 그는 고 조자용(1925~2000) 선생이다.

그는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한국 민화 감상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그의 선구자적 업적에 우리는 모두 큰 빚을 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토착 문화와 민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많은 국가들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귀한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이런 문화 감상 운동을 주도하며 비범한 통찰력을 보여준 리더들도 있었다. 그러나 민화에 조자용만큼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조자용이 활동하기 전, 한국 민화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극히 미미했다. 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은 헐값에 팔리거나 흔히 버려지곤 했다. 한국 민화를 전문적으로 소장하는 컬렉션도 소수에 불과했다.

이것이 바로 조자용이 촉망받는 건축가로서의 성공적인 경력을 기꺼이 포기한 이유였다. 경제적 보상은 적었으나 정신적 만족이 큰 그의 사명, 즉 한국인과 비한국인,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교육받은 자와 교육받지 못한 자 모두에게 한국 민화와 문화를 알리겠다는 사명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1954년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 학위를 취득한 그는 LA와 서울에서 여러 주요 건축물을 설계했다. 덕수궁 인근 미국 대사관저 한옥도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1960년대에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 아래 전통이 근대주의로 대체되면서 오랜 관습과 소중한 문화를 빠르게 잃어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던 그는 한국 민화에 대한 책을 출판한 최초의 선구자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의 별명처럼 호랑이 같은 맹렬한 열정으로 민화 알리기에 일생을 바쳤다.

조자용은 한국에서 17차례, 해외에서 12차례의 대규모 전시를 직접 기획했다. 대표적으로 ‘금강산 보물전(하와이 대학교 동서문화센터, 1976)’, ‘호랑이의 혼: 한국의 민화(시애틀 토마스 버크 기념 워싱턴 주립 박물관, 1980)’, ‘호랑이의 눈(샌디에이고 밍게이 국제 박물관, 1980)’, ‘청룡과 백호(캘리포니아 오클랜드 박물관, 1981)’, ‘행복의 수호자들(LA 공예 민속 미술박물관, 1982)’ 등이 있다. 각 전시에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된 도록이 발행됐다.

조자용은 한국 문화의 토착적이고 정신적인 기반을 깊이 연구함으로써 진정으로 한국적인 미학을 발전시켰다. 이를 통해 한국 민화에 대한 일본 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의 이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의 작업은 식민주의적 시각으로 정의된 토착 예술의 개념에서 벗어나려는 중요한 국제적인 움직임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제 한국 민화 전시는 전 세계 주요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으며, 국제 경매장과 딜러들은 작자 미상의 한국 민화 호랑이 그림 등 민화 작품들을 고가에 거래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홀로 거센 근대화의 물결 앞에 서서 “멈추세요!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영혼을 잃고 있습니다!”라고 용감하게 외쳤던 그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한국의 아름다운 민화 문화가 소실되지 않고 보존되었다는 사실이다.

단 한 명의 영웅, 조자용의 위대한 업적을 통해 우리는 한국 민화의 정신과 아름다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됐다. 그 정신을 이어 우리들도 이타적인 대의를 위해 기꺼이 헌신할 영감을 얻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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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털리 /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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