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명이 간부급 인사
경징계 방지책 없고
징계 기준도 제각각
군 당국이 지난 3년간 성 비위 사건을 저지른 군인 101명에 대해 경징계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성 비위 징계를 정하는 기준인 시행규칙과 훈령은 제각각으로 엇갈렸다. 군 당국이 제 식구 봐주기식 징계를 막을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것이라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6일 국방부로부터 확보한 군인·군무원 징계처분 현황을 보면, 2021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성비위로 견책·근신 등 경징계를 받은 군인은 101명이다. 근신 처분은 29명, 견책 처분은 72명이었다. 이들 중 간부급 인사는 80명이었다.
징계 처분 내용을 보면, 강제추행과 성매매 등 중한 성 비위 사건으로 징계 절차가 진행됐음에도 감봉보다 낮은 경징계인 견책·근신 처분을 받은 간부는 16명이었다.
이 같은 솜방망이 징계의 뒤에는 징계 양정기준이 있었다. 성 비위에 관한 징계 양정기준은 훈령과 시행규칙 등 규정마다 다르게 정하고 있었다. 현행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을 보면 강제추행·추행은 최소 정직에서 감봉, 성희롱이면 감봉, 성매매는 감봉을 의결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법률상 훈령보다 상위인 현행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은 기본 징계기준이 성매매의 경우 감봉, 성희롱이면 감봉에서 견책, 추행은 감봉에서 견책, 강제추행의 경우에는 정직에서 감봉을 의결할 수 있게 돼 있다. 성비위 사건의 경우 경징계 규정 자체가 없는 훈령과 달리 시행규칙은 일부 혐의에 대해 견책 등 경징계를 줄 수 있는 규정을 둬 서로 엇갈린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라 일부 혐의는 경징계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규정에 따랐다는 설명을 내놨다. 상위 행정 명령을 따랐으니 훈령이 정한 양정기준을 따르지 않아도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국방부 관계자는 “성 관련 사건 징계기준에 따르면 강제추행은 감봉까지, 성희롱·추행 등은 감경 사유가 있을 때 견책까지 의결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세부적인 징계 집행 사항은 군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 설명과 달리 실제 시행규칙을 어기고 경징계를 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올해 육군 소속 A대위와 B중위는 각각 강제추행으로 징계를 받았으나 견책 처분에 그쳤다. 공군 소속 상사 2명과 중사 2명도 성매매가 적발돼 징계 대상으로 올랐으나 근신 10일에 그쳤다. 시행규칙대로라면 강제추행과 성매매는 최소 감봉을 징계하도록 돼 있으나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성 비위에 ‘봐주기식’ 징계로 일관하는 군의 태도는 누차 지적을 받아왔다. 감사원은 2021년 12월 육군본부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예하 부대 징계위원회에서는 성폭력 등 사건 103명에 대해 성매매 여성이 성인이었으며 성매매 대가가 크지 않다는 사유 등으로 감경해 정해진 양정기준에 미달하는 징계처분을 의결했는데도 심사 또는 재심사를 청구하지 않고 종결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고 이예람 공군 중사가 성폭력 피해와 2차 가해를 호소하며 사망한 사건, 최근 공군 영관급 장교가 위관급 여성 장교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 등 연이어 군의 성 비위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군 내부에서는 여전히 성범죄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의원은 “3년 전 이 중사 사건 이후 성폭력 사건 수사권을 민간에 내준 상황에서도 군은 가해자들에게 솜방망이식 징계를 내리고 있다”며 “징계권마저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선 부대에선 징계 양정기준에 대한 철저한 준수가, 상급 부대에선 징계가 양정기준에 맞게 처리됐는지 엄정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