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디딤돌 대출 한도를 축소하기로 한 가운데,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던 실수요자들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서울과 달리 경기도와 인천은 디딤돌 대출 대상인 5억원 이하 아파트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직방이 6일 조사한 시세에 따르면, 디딤돌 대출 기준인 ‘적용면적 85㎡ 이하·주택가격 5억원 이하’를 충족하는 서울 아파트는 총 15만9785가구였다. 전체 서울 아파트의 10% 수준이다. 반면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은 대상 주택이 절반 이상이다. 경기도는 전체 아파트의 49%(153만7866가구), 인천은 전체의 64%(45만8421가구)가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매물이다.
디딤돌 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에게 LTV(담보인정비율) 70%까지 대출을 해주는 대표적인 서민 금융 상품이다. 금리는 2.65~3.95%로, 4~5%대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다. 하지만 정부의 방공제 면제 금지 등 조치가 적용되는 다음달 2일부터는 대출 한도가 약 4800만원 가량(5억원 주택 기준) 줄어들게 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내년도 경기도 입주물량은 약 5만호로 올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데다 수도권 전셋값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려던 실수요자들이 대출 규제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얼마나 내려가는가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서민층 반발을 감수하고 디딤돌 대출 한도를 조이기로 한건, 최근 정책 대출 확대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디딤돌 대출은 22조32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조1196억원) 대비 174.9% 늘었다. 같은 기간 버팀목 대출(전세자금대출)이 0.4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 증가세다. 반면 디딤돌 대출의 재원이 되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15조8000억원으로 2년 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규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체 기금대출의 16%를 차지하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다. 신생아특례대출 신청액은 올해 1월 출시 이후 10개월만에 10조원을 넘어섰다. 이외에 지방·비아파트·저소득층도 예외로 인정하고, 생애최초 구입자 LTV도 80%로 현행 유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수요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지만 이렇게 되면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가계부채 안정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대출 관리 기조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신혼부부 디딤돌 대출 소득요건을 부부합산 7000만원 이하에서 8500만원 이하로 완화하는 등 정책대출을 확대해왔다. 그러다 올해 4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금융당국 우려가 계속되자 ‘규제’ 쪽으로 무게추를 빠르게 옮겼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2~3년간 정부 기조는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대출 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대출받아서 집사라’는 시그널을 주던 상황”이라며 “규제든 완화든 정책 방향성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