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방어권’ 내용 그대로···“반성 필요” 내부 의견 묵살한 인권위 최종 답변

2025-06-02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특별심사 답변서 제출

비판 반영 않고 국힘 추천 위원들 설명만 추가

국가인권위원회의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GHRI·간리) 특별심사를 위해 제출한 최종 답변서에 12·3 불법계엄 관련 인권침해 대응방안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방어권 권고’라는 내용의 답변서 초안을 그대로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초안 답변에 대해 제기된 안팎의 비판을 반영하지 않고 사실상 무시한 것이다. 지난 22년간 유지해온 ‘A등급’ 인권위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권위로부터 받은 ‘간리 특별심사를 위한 답변서’의 최종본을 보면, 인권위는 최종 답변서에 계엄 관련 인권침해에 대한 인권위의 대응방안으로 ‘윤 전 대통령 방어권 권고안’을 포함했다. 지난달 26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의에서 이에 대한 내부 비판이 쇄도했던 점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원민경 비상임위원은 당시 전원위원회의에서 “인권위가 방어권 보장 안건을 다수 의결로 통과시켜 헌법재판소에 (윤 전 대통령) 탄핵 각하를 주문했던 점이 (최종 답변서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인권위 결정에 대해 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답변서 초안과 비교해 계엄 사태에 대한 인권위의 대응과 관련해 추가된 내용은 하나뿐이다. ‘대통령 헌정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표명의 건’이 부결됐다는 내용이다. 부결된 이유에 대해서는 “다수 위원이 계엄 선포와 관련해 이미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인 점과 진정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 각하되는 법률 규정 등을 이유로 직권 조사에 반대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답변서 최종본에는 여당 추천 위원들의 설명·제안이 더 자세히 포함되기도 했다. 최종본에는 ‘정족수 부족으로 전원위 회의를 개최할 수 없었던 문제’에 대한 답변에 여당 추천 인권위원 6명(이충상·김용원·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이 송두환 전 인권위원장을 비판한 성명이 추가됐다. 이 위원들은 기존에 3명이었던 소위원회를 4명으로 구성하고 과반 정족수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안을 송 전 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원위 참석을 ‘보이콧’ 했다. 김용직 위원은 지난 26일 전원위에서 “(전원위) 보이콧에 대한 반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으나 이는 최종 답변서에 반영되지 않았다.

간리 승인소위는 인권위가 제출한 답변서 최종본을 확인한 뒤 본격 심의를 위한 사전질의서를 인권위에 다시 보낼 예정이다. 특별심사 회의는 오는 10월 말쯤 연다. 이때 인권위 관계자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면 심의를 받는다. 인권위가 기존의 A등급을 유지할지 강등이나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을지 주목된다.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간리 특별심사에 앞선 오는 9월쯤 인권위의 답변서를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위원장까지 ‘윤석열 방어권’을 옹호하는 상황에서 인권위가 반성과 개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위원 선출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법 제도뿐 아니라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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