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레이스 주요 변곡점
尹 구속 취소 충격파… 국민 분열
탄핵 이후 尹 입장표명 없이 탈당
李, 대선후보 확정 직후 ‘파기환송’
법원 정치 개입·불공정 논란 가열
국힘 지도부,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원투표 통해 경선 이긴 金 살아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4월4일)으로 시작된 제21대 대통령선거 레이스가 3일 자정을 끝으로 종료됐다. 두 번째 현직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60일간의 ‘단기결전’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후부터 헤아릴 경우 약 반년 넘게 진행된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옳다.
이번 대선 레이스는 다른 때와 달리 유독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대선후보를 상대로 한 재판 진행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펼쳐졌고, 보수정당 국민의힘에서는 사상 초유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라는 사건이 일어났다.

헌재 판결 전이긴 했지만 구속수감 중이던 윤 전 대통령이 풀려나면서 빚은 논란들도 대선 레이스의 큰 변수로 작용했다. 마지막까지 보수진영 내에서는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 간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졌다. 이번 대선 레이스 과정의 주요 장면들을 정리했다.
◆李 ‘파기환송’… 尹은 ‘구속취소’
헌재 판결 이전에 정치권에 가장 큰 충격파였던 사건은 3월7일에 있었던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 구속기간에 대해 “날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는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했다.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윤 전 대통령은 8일 석방됐다. 그는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에 출석하며 자신의 입장을 주장했다.

헌재가 4월4일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할 때까지 거리는 ‘탄핵 기각’과 ‘탄핵 인용’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 이후에도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적 메시지를 내지 않았고, 대선후보 첫 TV토론회를 앞둔 지난달 17일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애초에 윤 전 대통령은 탈당에 미온적이었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국민의힘 내 압력이 점증됨에 따른 결과였다.
이재명 후보에겐 ‘당내 경선’보다는 ‘재판’이 더 큰 시련이었던 대선 레이스였다. 이재명 후보는 4월27일 민주당 경선에서 89.7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제치고 당 후보로 선출됐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당 후보로 공식 선출된 나흘 뒤인 지난달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대법관 11명 중 10명의 다수의견으로 2심 무죄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선거법 250조 1항에 따른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고법이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일을 지난달 15일로 지정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국회 청문회까지 여는 등 민주당의 극심한 반발이 이어졌다. 고법 재판부는 결국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앤다며 첫 재판을 대선 이후인 6월18일로 연기했다.

◆초유의 후보 교체시도… ‘金·李’ 단일화 논란

국민의힘에서는 경선을 통해 선출된 대선후보가 교체될 뻔한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10일 새벽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통해 김 후보의 후보직을 박탈한 것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내세워 경선에서 승리한 김문수 후보가 대선후보 등록을 앞두고 미온적인 태도로 선회한 게 이유였다. 한 전 총리는 새벽에 입당 및 후보 등록을 진행했다. 당 지도부는 당원 대상 투표를 통해 한 전 총리로 후보를 바꾸려 했지만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김 후보로 대선을 치르게 됐다. 대선 과정에서의 막판 변수는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 여부였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후보가 김 후보와 단일화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높았지만, 이준석 후보는 계엄에 대한 국민의힘 입장 등을 비판하며 줄곧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실무협상도 열리지 않았다. 김 후보가 이준석 후보를 보겠다며 심야에 의원회관을 찾는 일까지 있었지만 결국 단일화 합의 없이 3자구도로 투표일을 맞이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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