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대한민국의 완성 : 우리는 이재명의 방탄유리가 되어야 한다

2025-06-03

2022년 3월, 이재명 후보의 청계광장 마지막 유세 현장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에 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노무현 대선 이래 처음, 내가 후보인 양 내 일처럼 치른 대선이었다. 이길지 질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재명과 당내 경선을 벌인 인사들이 보여주는 행태에 도저히 질 수 없는 게임도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이 잠시 앞선 어느 시점에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그대로만 가자는 희망과 될 대로 되라는 포기가 소용돌이치는 신산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사랑하는 조카의 흐느낌이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삼춘, 어떡해요? 무서워요,”

“괜찮아……”

괜찮다는 말만 하얀 뇌리 위에 떠다녔다. 그 말 말고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고장 난 녹음기처럼 계속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난 이제 뭘 해야 하나?

2022년 3월 10일 아침,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는 김어준의 말을 듣고 그도 아무 생각이 없구나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론조사 회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어준은 할 일을 찾았구나 했다.

그럼 난 뭘 해야 하지?

뭘 해야 할지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8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김대중이, 정동영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때도 20대 대선처럼 황망한 적은 없었다.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해 본 적도 없었다. 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유유자적 했드랬다.

첫 번째 민주주의 수호, 독재자의 딸 파면

이명박이 대통령이라고 설쳐대는 것이 꼴 보기 싫어 제주로 낙향을 결심했다. 이명박의 촌스러움을 참고 참으며 2012년 들뜬 마음으로 대선 투표소로 달려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던진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쿵’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독재자의 딸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추호도 생각 못 했다. 얼토당토않은 이명박 5년을 보내고도 내란의 DNA가 철철 흘러넘치는 한나라당 박근혜를 대한국민들이 찍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나태했다. 독재자의 딸, 박근혜는 아니라고 목 놓아 외쳐야 했다. 박근혜는 할 줄 아는 게 하나 없다고, 그녀도 전두환, 노태우 내란 학살자들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광화문 월대 자리에 머리를 풀어 헤치고 앉아 절규해야 했다.

내일은 낫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다음 날인 2012년 12월 20일 아침을 맞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역사는 때때로 말도 안 되게 퇴행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다행히 박근혜는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파면되었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안국동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를 내친다는 언도가 볼륨을 한껏 높인 TV 스피커에서 울려 나왔다. 되었다. 환호했다!

이젠 대한민국이 제대로 길을 찾는구나 싶었다. 설마 또 뒷걸음칠 것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치른 8번의 대선에서 문재인이 세 번째 대통령이 되었다. 2007년과 2012년 두 번의 낙담 끝에 내가 바라던 대로 결과를 얻은 선거였다.

한나라당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 탓일까, 19대 대선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던 16대 대선만큼 감동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축배로 그날 밤 흠뻑 취했다.

두 번째 민주주의 수호, 내란범 파면

지난 2일, 이재명 후보가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절하고 있다

2022년 3월 9일 아침, 여전히 불안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리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똥 떵어리 윤석열과 국민의힘 기세 때문도, 코인과 부동산 투기의 기회를 잃었다며 분노하던 대한민국 청년 때문도 아니었다. 이재명의 대통령 자질이 부족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이재명을 물고 늘어지는 이낙연 같은 민주당 내 똥 떵어리들 때문에 불안했다. 백중세의 세 싸움에서 우리가 지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내 실수, 우리 실수 때문에 진다. 내분 때문에 진다. 사익을 공익으로 포장한 사리사욕을 장착한 내부의 적 때문에 진다.

그 불안감 때문에 20대 대선 기간 내내 휴대폰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연락처에 저장된 지인들에게 이재명을 찍으라 독려하고 또 독려했다. 스스로 보수라 자임하는 지인에게는 매표도 했다. 야, 표 바꾸자, 이번에는 내가 찍으라는 사람을 찍어라, 다음번에는 니가 찍으라는 인간을 찍어 줄게…

이런 내 모습이 너무 낯설고 어색했다. 노무현 때를 제외하면 그 어떤 대선에서도 내 일처럼,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지 못하면 죽을 것처럼 뛰어다닌 적이 없었다. 뛰어야 했다. 심장이 터질 듯한데 나의 두 발은 땅을 박차고 또 박차고 있었다.

주둥이에 술병 꽂고 손바닥에 왕자를 새겨 넣은 윤석열이 대통령이라니…

이재명에게 미안했다. 아니 우금치 전투에서 쓰러진, 일제에 맞서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일제의 형무소에서 쓰러진, 제주 터진목에서 이승만과 미군의 총탄에 쓰러진, 만주군 소좌 박정희의 일본도에 쓰러져 간, 광주 금남로에서 전두환이 보낸 공수부대의 총검과 헬기의 철탄에 동백꽃처럼 쓰러져 간, 명박 산성 위에서 칼날처럼 쏘아 대던 물대포에 쓰러져 간, 박근혜의 무능력에 차디찬 서해 바닥으로 사라져 간,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쓰러져 간, 내 할아버지, 내 삼춘, 내 형제, 내 아들과 딸들에게 그냥, 마냥 미안했다.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안국동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번 대통령 파면 언도가 울렸다.

진짜 대한민국의 시작

21대 대통령 당선인 이재명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었다. 축배를 들어야 하는데, 잔이 너무 무겁다. 하루만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흠뻑 취하고 싶은데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왜 이런 마음이 들까?

윤석열을 파면한 것 외에는 내란범을 조금도 대한민국 권력 구조에서 걷어 내지 못했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치워 나가면 될 일이라 생각하지만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국민의힘이 뿌리째 녹아내리자 그동안 보수라 자처하던 수많은 수구 인사들이 이재명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 우산 아래로 모여들었다. 불안하다.

늘 인간의 미덕은 신뢰라고 떠들며 살았는데 막상 그들의 진심을 의심하고 있다. 정말 이재명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친일 토착 왜구와 수구 세력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며 민주당을, 이재명을, 문재인을, 노무현을, 김대중을 빨갱이라 몰아세우며 핏대를 세웠던 저들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저들이 우리 가슴 깊이 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아물지 않은 상처도 문제지만, 그들은 늘 변검하듯 표정을 바꾸던 자들이었다. 실패도, 실수도, 잘못도, 어느 하나 인정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직 윤석열이 싸지른 오물이 씻기지도 않았는데 찌라시 언론과 우리 안의 똥 떵어리들의 행태는 여전하다. 대한민국 권력 구조 안에 암약하는 내란 잔당들의 모습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기필코 완수해야 하는 사법부와 검찰 개혁의 고삐를 이재명이 바짝 쥘 때도 저들은 이재명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까? 알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내 축배는 이재명이 임기를 마치는 날로 잠시 미루기로 한다. 축배 대신, 선거 기간동안 이재명을 지켰던 두꺼운 방탄유리처럼 앞으로 5년 동안 그보다 더 두꺼운 이재명의 방탄유리가 되리라 다짐한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마지막 유세지로 국회 앞, 여의도 공원을 선택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축배잔보다 가벼운 철갑을 두르기로 한다. 앞으로 5년 동안 그 어떤 방패보다 두꺼운, 이재명의 방패가 되기로 다짐한다. 이재명과 내가, 이재명과 대한국민이 역사의 어떤 퇴행이라도 거뜬히 막을 힘을 기를 때까지 축배는 잠시 미뤄두기로 한다.

축배 대신 방패를 높이 들고 목 놓아 소리친다!

이재명이 나다. 내가 이재명이다.

덧붙이는 말

이재명 형, 살아 있어 줘서 고맙소. 어준,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서고 총부리를 가슴으로 부여잡던 나의 동지들,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

편집 : 금성무스케잌

마빡 디자인 : 꾸물

기사 : 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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