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안팎의 위기가 산적한 상황에서 등판한다. 안으로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을 거치며 심화한 사회갈등을 봉합하는 동시에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어야 하는 등 난제와 마주한다. 밖으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등 외교·통상과 관련한 현안이 즐비하다.
난맥상 해소 여부가 향후 정국 흐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어깨는 더 무겁다. 지금의 분열과 갈등이 이어지면 임기 내내 국정을 이끌 추동력 또한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분열, 혼란 통합 최우선...'계엄 뒷정리' 정치보복 프레임 벗어야
21대 대선이 탄핵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였던 만큼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다.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진영 간 갈등과 대결 구도, 이로 말미암은 사회 분열을 종식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12·3 계엄 이후 정치권과 우리 사회는 극심한 대립을 이어왔다. 민주당은 이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처벌을 주장해 왔고, 국민의힘은 계엄의 원인이 민주당의 발목잡기에 있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6·3 대선까지 양당은 물론 지지 세력까지 충돌하면서 분열이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로 부상했다. 세대·성별·지역 간 갈등이 극대화한 상황은 한국의 성장을 가로막을 주요 위험 요소로까지 언급된다.
갈등이 현재 진행형을 넘어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통합의 중요성은 한층 커졌다. 이 대통령이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지금의 혼란을 수습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제 안정 또한 핵심 과제다.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은 앞다퉈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블룸버그 조사 결과 국내외 41개 기관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분포는 0.3~2.2%, 평균 0.985%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일 42개 기관에서 제시한 평균 1.307%와 비교해 0.322%포인트 더 낮아진 수치다.
한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를 부양하고 동력이 약화하는 수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묘책을 곧바로 시행해야 할 시점이다.
이 대통령도 임기 전부터 국정 최우선 과제로 '민생 안정'과 '내란 극복'을 내걸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적재적소에 마중물을 제공하는 동시에 정치보복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계엄 사태의 뒷수습을 마치는게 숙제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 대통령은 추경을 통해 민생 안정화에 가장 먼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계엄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며 혼란을 최소화해야 국정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위기 잠재우고 외교·통상 역량 보여야
'외교·통상'은 콘트롤타워의 부재 영향이 여실히 드러난 분야 가운데 하나다.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고율의 품목·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그 여파로 그동안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빅2' 수출 시장인 대 미·중 수출이 각각 8.1%, 8.4% 줄었다. 미국의 관세 부과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통상 당국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통령이 없는 상황은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다.
새 정부가 하루빨리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문제를 풀지 못하면 한국 경제의 부담은 한층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해법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독립 국가끼리 하는 외교는 쌍방에 모두 득이 되는 길이 있다. 우리는 꽤 카드를 가지고 있다. 서로 주고받을 게 있다”고 말했다.
또 “필요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랑이 밑이라도 길 수 있다”면서 실용주의 외교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