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4일, 배우 강서하가 위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31세.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망내인: 얼굴 없는 살인자들’은 그가 생전에 작업한 마지막 작품으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고인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9일 오후 3시 40분께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망내인: 얼굴 없는 살인자들’ 기자간담회에는 신재호 감독과 배우 김민규가 참석했다. 또 다른 주연 강서하의 빈자리가 눈에 띈 가운데, 고인을 언급하는 대목마다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앞서 고 강서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하고 드라마 ‘옥중화’, ‘다시, 첫사랑’, ‘아무도 모른다’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위암 진단 이후에도 투병을 이어가며 연기를 놓지 않았고, 넷플릭스 시리즈 ‘망내인’ 촬영 당시에는 진통제를 맞아가며 열정을 보였으나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다.
신 감독은 후반 작업 과정에서 고인의 공백을 AI로 메웠다고 밝혔다. 그는 후시 녹음을 위해 통화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병이나 이런 건 외부에 알릴 필요가 없다. 개인적인 일이니까. 몸이 나아지면 하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후 투병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보다 보면 일부 어색한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AI 목소리로 채워서 그런 것이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봐주고 강서하라는 배우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은 강서하에 대해 “욕심이 많이 났던 배우다. 소설 속 여주인공을 잘 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요즘 친구들답지 않게 진지하고 정직하게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고 회상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김민규 역시 “강서하와 말이 잘 통했고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장난기도 많고, 열정도 많았던 친구”라고 떠올렸다. 또 “밝고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친구였다”며 마음을 전했다.
작품은 냉혈한 사립 탐정과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는 의뢰인이 함께 인터넷 속 살인자를 추적하는 추리 스릴러 영화다. 신 감독은 “유명의 폭력성이나 네트워크 안에서 벌어지는, 익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 한국 사회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제목에 ‘얼굴 없는 살인자들’이 더해진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처음 준비할 때 ‘망내인’을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들었다. 조금 더 직관적인 제목이 필요했다”며 “악플이나 댓글로 사회 문제가 많이 되고 있으니, 그런 걸 지칭하는 말을 제목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망내인’이 직역하면 ‘네트워크 피플’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러닝타임은 90분대로 압축했다. 신 감독은 “영화의 기승전결과 소설의 기승전결은 같다”면서도 “숏폼, 릴스 시대에 지루하지 않았으면 했다. 90분 정도면 적당하겠다 생각했고, 호흡도 빨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편집했다”고 말했다. 특히 게시판과 댓글, 소설 속 글을 옮기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며 “악플부터 해서 다 제가 썼다. 영화 속 악플을 쓰다 보니까 마치 제가 악플러가 된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김민규는 출연 계기로 “추리 소설을 원래 좋아했고, ‘명탐정 코난’을 보고 자란 세대다. 옛날부터 탐정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준경을 두고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하지만 관망하는 자세가 매력적이었다. 의뢰인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끔 길을 만들어주면서도 안 만들어주는 부분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소설 속 주인공은 영화의 10배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며 대사량을 줄이되 “본질에 충실해 소설의 재미와 영화의 재미를 함께 가져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사 소화에 대해 김민규는 “아무리 긴 대사라도 5분이면 다 외운다. 상황을 이해하면 딱 외워진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비슷한 문장이나 단어가 반복되면 그게 어렵다”고 했다. 촬영 전에는 “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그런 포인트들을 중점적으로 감독님과 이야기했다”며 “설명 대사가 많아 사이사이 어떤 포인트로 재미를 줄지 찾다가 물을 많이 마시는 방향으로 갔다”고 전했다.
전역 후 첫 스크린 복귀작인 김민규는 “오랜만에 이 자리에 서서 적응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입대 직전에 찍은 영화가 전역 후 개봉하게 돼 다행”이라며 “연말 같은 선물”이라고 했다. 신 감독은 “원작이 탄탄하고 좋았기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김민규는 “영화가 다루는 문제적인 부분을 같이 보시면서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망내인: 얼굴 없는 살인자들’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