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위치에 따라 품사가 달라진다. ‘군군(君君)’에서 앞의 ‘君’은 ‘임금’이란 뜻의 명사이고, 뒤의 ‘君’은 ‘임금답다’는 뜻의 형용사로서 술어 역할을 한다. 臣臣, 父父, 子子도 다 마찬가지다. 임금답고, 신하답고, 아비답고, 자식답다는 것은 곧 각자의 ‘노릇’, 즉 ‘맡은 바 구실’을 다한다는 뜻이다. 이름에 부합하게 살자는 ‘정명(正名)’의 의미인 것이다. 공자는 이름을 바르게 정립(正名)하지 못하여 ‘이름값’을 못하는 세상이 어지러운 세상이라고 했다. 특히, 임금이 ‘이름값’을 못하면 백성들은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다. 각기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사회가 안정된 사회이다. 그러므로 ‘이름값’을 뜻하는 ‘…답다’라는 말은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는 ‘답다’는 말을 오히려 불쾌하게 여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답다’라는 말로 나를 얽매려 하지 말라며 반발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여성답다’, ‘남성답다’는 말을 ‘성차별’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답다’를 잘못 이해한 사례들이다. ‘…답다’는 응당 ‘제 구실’, ‘자기완성’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못해 탄핵을 당하는 정치 현실 앞에서 ‘…답다’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