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청소년 디지털 시민교육 10년…카카오가 바꾼 것들

2024-11-06

카카오임팩트×푸른나무재단

‘사이좋은 디지털 세상’ 10년의 임팩트

카카오임팩트와 푸른나무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사이좋은 디지털 세상(이하 사디세)’은 올해 10년째 순항 중이다.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 가운데 최장기 프로젝트다.

사디세는 사이버폭력과 디지털 리터러시 중심이던 디지털 시민교육을 디지털 에티켓과 온라인 정체성, 개인정보보호, 저작권 등으로 다각화한 최초의 교육으로 평가받는다.

교육 콘텐츠는 매년 최신 이슈를 반영해 업데이트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이해와 범죄 대응법을 담았다. 프로그램은 수준별 맞춤 수업이 가능하도록 세분화해 나갔다. 사업 초기 초등 저학년과 고학년 두 단계로 구분됐던 프로그램을 2년 만에 3단계로 구분했고, 이후 학년별 6단계로 또 쪼갰다.

육심나 카카오임팩트 사무총장은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 기기와 마주한 ‘본 디지털(Born Digital)’ 세대들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디지털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학교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며 “어느덧 10년째 지속하면서 교육받은 학생이 성인이 되는 시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민 25만 명 배출

사디세가 시작된 건 2015년이다. ‘디지털 시민교육’이라는 말이 국내에 흔치 않던 시기다. 첫 사업명도 ‘디지털 리더십 스쿨’이었다. 이듬해 현재 이름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교육 대상지도 수도권에서 매년 조금씩 전국구로 넓혀나갔다.

같은 해 11월 유네스코에서는 ‘교육 2030 아젠다’를 통해 디지털 기술과 정보의 윤리적 사용, 리터러시 교육 등 디지털 시민성의 핵심 요소의 필요성을 각국 정부와 교육 기관에 제안했다. 재단은 이보다 앞선 2015년 6월부터 학교 현장을 찾아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진행했다. 첫해 57개교 1만1368명으로 출발한 교육은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해 올해 기준으로 누적 2339개교, 1만1434학급, 25만4760명이 수료했다.

사업 초기만 해도 디지털 교육에 대한 요구는 크지 않았다. 사이버폭력 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한다는 수준이었다. 푸른나무재단이 매년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는 달랐다. 사이버폭력 피해율은 2010년 2%에서 2015년 10.5%로 뛰어올랐고, 이후 2020년 16.3%, 2021년에는 31.6%까지 치솟았다. 조성훈 푸른나무재단 과장은 “학교폭력의 저연령화와 맞물리면서 디지털 공간에서 행동양식을 교육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던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전국 도서벽지로도 지역 출강을 마련해 교육을 확산시켰고, 덕분에 지역 간 디지털 교육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민성, 교사들도 배운다

사디세 교육 프로그램은 디지털 시민성 7대 주제인 ▶디지털에티켓 ▶사이버폭력 ▶개인정보보호 ▶디지털리터러시 ▶저작권 ▶온라인정체성 ▶감정 및 공감 등으로 구성된다. 인천시 강화군 갑룡초등학교 배은영 교사는 “특수학급을 맡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잘 짜인 디지털 분야 교육이 많지 않다”며 “단순히 기술 교육이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이 상대적으로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시 승지초등학교 양기정 교사는 지난 2022년부터 매년 사디세 교육을 신청하고, 교사 연수에도 참여했다. 이처럼 교육을 반복적으로 신청하는 이유는 동료 교사들에게도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권하기 위해서다. 양 교사는 “교사들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교육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며 “사디세를 한 번 경험한 교사들은 교육의 방향성을 금방 알아채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디세가 수년째 지속하면서 교사들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인천시 대청초등학교 최광철 교사는 “도서 지역의 학교라 비대면 교육으로 진행하면서 대면교육에 비해 학생들의 흥미나 교육적 효과가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며 “디지털 중독에 취약한 초등학생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원격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천 백령도에서 근무하는 박상수 북포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디지털 환경은 지금보다 더 급변할 텐데, 단순히 사건마다 대응하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기본 소양을 갖추게 하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움직였다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창의적 체험활동에 편성된다. 교사의 판단에 따라 교과 외 과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식이다.

최근 교육 당국에서는 디지털 윤리나 디지털 시민교육 자료를 제작해 교사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다만 자료가 전형적이라 교실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훈 과장은 “일부 교사들은 디지털 시민성 교육을 국어나 수학처럼 정규교과 과정으로 편성해서 수업 시간표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길 정도로 요구가 크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디지털 시민교육을 정규교과로 편성하는 흐름이다. 네덜란드는 초등 교육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으로 디지털 시민성을 다루고 있다. 핀란드는 지난 2016년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시민성을 교육과정에 통합했다. 덴마크는 교육 현장의 디지털화에 10년 넘게 투자해 온 대표적인 국가다. 그러다 올 초부터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고 디지털 환경의 사회적·철학적 의미에 대한 교육이 병행되도록 속도 조절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지난 9월 디지털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와 원칙을 선언하는 헌장을 발표했다. 지난해 수립한 ‘디지털 권리장전’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따라 디지털 시대의 가치와 원칙을 교육 특성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육심나 사무총장은 “10년째 ‘롱런’하는 사회공헌 사업이지만 대단한 비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면서 “부족한 점은 개선하고 장점을 극대화한 꾸준한 노력이 교육 현장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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