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들 회사채 발행 ‘봇물’…장기물 조달 ‘적기’

2024-10-23

하나·한국·NH·삼성證 줄줄이 수요예측 흥행...모집액 웃돌아

금리 인하·유동성 유입 긍정적...연말 앞두고 자금 확보 탄력

우호적 여건 속 차입구조 개선...중소형사 양극화 우려도 여전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서면서 증권채 흥행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유동성 유입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연말을 앞두고 서둘러 장기 자금을 조달하려는 증권업계의 발걸음이 바빠질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오는 28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해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을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조달되는 자금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상환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채 발행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달 이후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두 2조원대의 매수 자금을 확보하는 등 자금 조달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17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2000억원 모집에 12배가 넘는 2조5250억원어치 매수 주문이 몰렸다. 회사 측은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4000억원으로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앞서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지난달 회사채 30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각각 모집액을 크게 뛰어넘는 2조1800억원, 2조29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두 증권사 모두 5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하는 데도 성공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자금을 확보할 적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금리가 더 하락하기 전에 채권 투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비교적 낮은 이자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대선 등 빅 이벤트와 연말 기관투자자 회계장부 마감(북클로징)을 앞두고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을 마치려는 심리도 강해졌다.

통화 긴축 기조가 완화되고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면서 시장의 유동성도 풍부해지고 있다.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소식도 자금 유입에 긍정적인데 국채 수요가 늘어 금리가 낮아지면 회사채의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게 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조금이라도 시장금리가 높을 때 매수에 진입하자는 투자 주체의 판단이 일부 유효하다는 생각”이라며 “금리 인하로 인해 시장 유동성이 증가한 가운데 WGBI 편입 또한 채권시장 유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재료”라고 분석했다.

이에 증권사들도 유동성 장세를 틈타 단기물인 전자단기사채(전단채)·기업어음(CP) 등을 장기물인 회사채로 대체해 차입구조를 장기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도 이번에 발행한 자금을 기존 단기 채무인 CP와 전단채를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회사채로 차환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비교적 간편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CP 등의 단기 자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CP는 일반 회사채보다 만기가 짧고 금리도 높아 채무 장기화를 통해 차환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안정성과 사업 다각화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증권사 위주의 발행이 이어지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자금 조달의 양극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 시장에서 부동산 금융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에 대한 기피 현상이 아직 남아 있어 중장기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형사들은 기관들의 우량 증권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계속 발행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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