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미흑자 557억弗 '역대 최대'…'트럼프 스톰' 부담 커진다

2025-01-01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556억 9000만 달러(약 82조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 기록인 2023년 444억 달러(65조 4000억 달러) 대비 25.5% 늘어난 실적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면서 2024년 연간 대미 수출액(1278억 달러)이 10.5%나 증가한 덕에 미국 한 나라에서 벌어들인 돈이 전체 무역수지 흑자액(518억 달러)보다 많았다. 다만 출범 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같은 무역수지 흑자를 빌미로 한국에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4년 연간 및 1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5838억 달러)과 무역수지 흑자(518억 달러)는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수·투자 부진과 연말 전개된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15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가 이어진 덕이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수출도 기본적으로는 견고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2025년 경제·산업전망’에서 작년에 달성하지 못한 수출 7000억 달러의 벽을 올해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7002억 달러(1030조 6000억 원)를 기록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한국의 올해 총수출 증가율(물량 기준)을 2.1%로 예상했다.

변수는 미국이다. 20일(현지 시간) 트럼프 2기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삼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독일이나 캐나다와 같은 대미 무역흑자국을 정조준하며 관세 인상을 시사했다. 대통령 당선 뒤에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개정하고 캐나다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25개 이상의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그동안의 공약을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산업연구원은 보편관세(10~20%)가 실제로 부과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8.4~14.0%(약 55억~93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도 약 0.1~0.2%포인트 낮아진다. KDI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이 빠르게 진행되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예측했다.

보편관세의 여파는 전 세계적으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은 전체 상품 무역의 4분의 1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 전 세계 GDP가 0.8%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3%로 전망하며 관세장벽이 생길 경우 성장률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성장률이 둔화하면 한국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가 큰 나라는 상대적으로 통상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실제로 미국이 보편관세를 시행한다면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트럼프가 추구하는 것은 균형 무역”이라며 “반면 우리는 정부가 민간의 교역에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 무기류나 미국산 에너지 구입을 늘려야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나온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올해도 확실히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 산업의 저력과 잠재력을 믿어야 한다. 지나치게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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