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 때 프랑스 가정에 입양된
마티유 성탄 푸코 혹은 장성탄
양부모 사랑·성공적 이력 속 가정 꾸렸지만
가족성 불면증이란 유전병과 사투
입양인의 알권리는 생존권 문제
마티유 성탄 푸코는 국제입양(해외입양) 기관이나 브로커가 ‘입양 성공 사례’로 내세울 만한 사람이었다.
1986년 12월23일 전북 이리시(현 익산시)에서 태어났다. 생후 4개월 때인 1987년 4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양아버지는 특수교육 교사, 양어머니는 프랑스어·영어 교사였다. 양부모는 “교육과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프랑스 사회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줬다. 마티유 성탄 푸코는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마티유 성탄 푸코는 프랑스 전통 석공이자 목수였다. 장인 교육기관인 콩파뇽 뒤 드부아에서 배웠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복원 프로젝트,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작업에도 참여했다. ‘성공 국제입양인’만 조명하는 한국에선 ‘화마로 무너진 노트르담 복원에 한국계 장인도 참여’ 같은 제목의 기사로도 날 법한 삶이었다.
로리안 시몽 사이에 2019년생 딸과 2023년생 아들을 뒀다. 프랑스 동부 프랑슈콩테에서 산다. 시몽 친정이 있는 곳이다.양부모의 사랑부터 교육, 직업, 사랑하는 부인과 자녀까지, 마티유 성탄 푸코의 삶은 평온하고 평탄한 듯했다.

장성탄. 한국 이름이다. ‘성공 국제입양인’ 너머 한국과 친부모를 막연하게 그리워한 인물의 고뇌가 이름에 담겨 있다. 생후 4개월에 관한 기록이라곤 “6개월간의 교제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친부는 떠났으며, 친모는 친구 집에서 출산한 후 홀트에 아이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뿐이다. 입양 전 ‘전주 아기의 집’에 살았다.
장성탄은 커서 여느 입양인처럼 늘 뿌리와 정체성을 고민했다. 이 고민이 생사를 오가는 실존과 생존 문제로 이어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장성탄의 삶과 현 투병 상황은 MOAA(몽테뉴해외입양연대)가 본인과 가족에게 확인·정리한 자료를 발췌 정리한 것이다.
2024년 3~4월 불면증을 앓았다. 5~6월엔 2~3일 연속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했다. 7월엔 낮잠조차 전혀 자지 못했다. 심장 박동 이상, 근육 경련, 삼킴 곤란, 발기 부전, 배뇨 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극심한 고통 와중에 그는 “뇌가 꺼지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9월엔 졸음조차 오지 않는 증상을 겪었다, 정신적 불안정, 기억력 저하, 방향감각 상실이 찾아왔다. 10월부터는 인지 장애와 신경 정신 증상이 나타났다. 11월엔 공황 증상 증가와 인지 장애 심화, 12월엔 극심한 정신적 피로와 함께 환각 증상이 심해졌다. 지난 1월부터는 근육 경직 심화에 혼수에 가까운 상태로 빠져들었다.
추정 병명은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FFI·Fatal Familial Insomnia)’이다. FFI 증상은 초기(약 4개월), 중간(약 5개월), 심화(약 3개월) 단계를 거친다. 말기(약 6개월)는 죽음에 접어드는 시기다. MOAA는 장성탄의 증상이 말기라고 추정한다.
유전 질환이라 양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장성탄은 지난해 8월22일 한국 아동권리보장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당 증상 확진과 국가 지원을 받으려면 친생부모의 DNA 검사 결과가 필요했다.
국제입양 관련 단체들은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입양특례법 제36조 2항 등을 이유로 정보 제공을 하지 않는 점을 비판한다. 같은 법 3항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입양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은 기자의 문의에 “인적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한 분에게 동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등기우편을 3회 발송했으나 응답이 없다. 친생부모의 의료적 협조를 받기 위한 설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제입양은 입양인의 생존권, 건강권, 의료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한국 정부나 사회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경은(국경너머인권 대표)은 “미국 등지 의료에서는 가족력에 대한 문진 등이 큰 중요성을 지닌다. 의사를 찾아가면 제일 먼저 이걸 묻곤 한다. 많은 입양인이 의사에게 입양 사실을 ‘자백’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병을 앓는 입양인들이 가족력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은 한국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하고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입양인들에겐 목숨이 걸린 문제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알 권리에 포함되는 문제”라고 했다.

MOAA 대표 배진시도 “이 일은 처음부터 잘못된 시스템(법) 때문에 일어났다. 개인의 안타까운 사생활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모든 입양인의 권리를 지켜달라”고 했다. 그것은 정체성을 알 권리다. 이어 말했다. “1950년대 시작은 그들을 살리려고 했지만 (장성탄이 떠난) 1980년대는 마켓이었습니다. 끔찍합니다. 친부모의 선택이 아닌 경우도 많았습니다. 서류조작도 많았습니다.” 미아였는데 고아로 조작돼 프랑스의 소아성애자에게 입양된 김유리가 최근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피해자로 인정받기도 했다.
배진시는 장성탄 문제를 두고는 “이 나라는 어른의 신변만 그렇게 중요한가. 아이의 알권리는 왜 여전히 짓밟히는가”라고 했다.
MOAA 등 입양 관련 5개 단체는 지난달 12일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친생부모가 응답하지 않는 경우에도 입양인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입양기관 감시·감독 강화, 과거 입양 절차의 불법성과 비윤리성 조사도 요구했다. “장성탄 사례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해외입양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사례다. 한국은 더 ‘아동 수출’을 지속해서는 안 되며, 해외입양을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생사고투]는 세상에 덜 알려진 채로 또는 무명으로 묻힌 이들의 삶과 죽음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과거나 동시대 게시일 즈음 출생하거나 사망한 이들이 생전 겪은 고투를 전합니다. 지금 죽음에 맞서 싸우는 생존자들 이야기도 들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