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지배력 규제 강화 시사···"금산분리 완화 신중해야"

2025-11-23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주회사 체제에서의 자회사·손자회사 중복상장을 억제하기 위해 향후 신규 상장 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정거래법에 대해 "성공적이지 않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규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주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당 내부거래 차단,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장 억제, 사익편취 규제 개선 등 향후 업무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중복상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보유할 때 의무지분율을 50%로 규정하되, 상장사에 대해서는 30%로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을 막고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향후 신규 상장 시에는 의무지분율을 50%로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익편취 감시 기준도 손질된다. 주 위원장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감시 대상을 판단할 때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주식수 기준'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또는 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가진 자회사)를 규제 대상으로 본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은 자사주 비중을 늘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최근 재계에서 확대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 요구와 관련해 주 위원장은 "첨단전략산업 투자 활성화 측면에서 필요성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두면서도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금융을 통한 산업지배 확대 문제는 여전히 한국 경제의 핵심 리스크"라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그는 "금산분리 규제는 사회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하며, 완화 여부는 여러 부처가 참여한 종합 논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부처에서 금산분리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부처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단일 관점으로 논의하면 제대로 된 개선안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의 투자 재원은 영업이익, 금융 조달, 필요시 정부 지원 등 다양한 경로가 있다"며 "최종적으로 부처 간 논의를 거쳐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최태원 SK 회장이 "공정거래법 규제가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주 위원장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규제 실효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반도체 등 주요 기업들도 규제 체제 안에서 성장을 이어왔다"고 했다. 이어 "현행 공정거래법이 경제적 강자에 대한 견제 기능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현재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며 "기업집단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는 오히려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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