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2기 체제서도 '글로벌 경영' 박차
동남아 지역 거점으로 신성장동력 확보
비은행 부문의 해외 진출도 적극 나서
'베트남투자은행' 베팅... 지분가치 '잭팟'

함영주 2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하나금융이 대대적인 밸류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핵심인 하나은행을 비롯해 각 계열사의 기초체력을 끌어올려, ‘PBR 1배’의 벽을 넘겠다는 의지다. 여기에는 하나금융이 공들이고 있는 해외사업 부문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1967년 하나은행 도쿄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전 세계 26개국에 221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해외 법인과 지점, 출장소 등을 포함하면 총 114개의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국내 금융그룹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한 수준이다.
이 같은 해외사업 확장은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고령화되고 있는데다, 자본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흥시장을 공략할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동남아 지역을 거점으로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함 회장은 2025년까지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40%까지 늘린다는 '글로벌 2540'을 목표로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해왔다. 올해가 목표연도인 만큼,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 도약에 한층 고삐를 쥘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고성장지역의 M&A와 지분투자를 확대하고, 미주, 유로존 등 선진시장에서는 국내 진출 기업과 연계한 IB와 기업금융을 강화해 글로벌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
2022년 3월 함영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밝힌 포부다. 그는 “하나금융그룹을 진정한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전임 김정태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히겠다는 의지였다.
하나은행의 해외이익 비중은 2021년 말 19% 수준이었다. 이후 2022년 들어 20%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28%에 육박하면서 점진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은행 분기연결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자산은 10조 5166억원이다. 다음으로 ▲PT Bank KEB Hana(4조 1997억원) ▲캐나다KEB하나은행(2조 87억원) ▲KEB하나로스엔젤레스파이낸셜(8588억 3400만원) ▲Hana Bancorp, Inc(7367억 4500만원) 등의 순이다.
자산 규모는 중국법인이 크지만, 분기순이익에선 인도네시아법인 PT Bank KEB Hana가 돋보인다. PT Bank KEB Hana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330억 3200만원으로, 103억 7600만원을 기록한 중국법인보다 약 3배 많은 수익을 냈다.
이는 중국 내 경기부진과 함께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이 잇따른 탈중국에 나서면서 투자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하나은행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베트남투자은행(BIDV)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2019년 하나은행은 BIDV의 지분 15%를 약 8억 7500만 달러(약 1조 444억원)에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자리잡았다. 이는 국내 은행의 해외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BIDV는 1000개 이상의 지점을 보유한 베트남 최대 은행 중 하나로 꼽힌다. 하나금융은 BIDV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베트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지난해 베트남이 연간 7.09%라는 높은 GDP 성장률을 나타낸 가운데, BIDV도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BIDV는 2024년 말 30조 동(약 1조 6000억원)의 세전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4% 성장한 수준이다. 하나은행이 보유한 BIDV 지분 가치도 1조 8000억원 수준으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4월에는 하나금융투자가 BIDV의 증권 자회사인 BIDV Securities(이하 BSC)의 지분 35%를 약 1억 17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이 베트남에서 은행 및 증권 사업을 모두 영위하며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함 회장은 디지털 금융 혁신을 통한 해외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증권사 BSC의 디지털 플랫폼을 강화해 온라인 증권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네이버의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라인과 협업해 모바일 뱅킹 서비스 ‘라인뱅크’를 제공 중이다.
비은행 부문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 중이다. 하나금융투자의 BSC 지분 인수에 이어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등 비은행 관계사들의 해외 진출도 지원해 그룹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룹의 대표적인 ‘영업통’ 출신인 함 회장은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해 해외에서 투자자들과 만나 경영성과를 설명하는 등 해외 경영 행보에도 직접 발품을 팔고 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홍콩, 네덜란드 등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고 하나금융그룹의 밸류업 계획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특히 홍콩에서는 10여 개의 글로벌 투자 기관 책임자들을 만나 그룹의 강점과 투자 매력도를 적극적으로 알린 바 있다.
앞서 2023년 5월에는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신탁그룹(스미트러스트)와 글로벌 금융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8월에는 인도 최대 국영 상업은행인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위치한 사우디 수출입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우디 수출입은행과 국내 민간 금융회사 간의 업무협약을 맺은 것은 하나금융이 처음이다. 이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 진출을 확대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포석이다.
더욱이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비전 2030' 프로젝트 관련 금융 지원을 통해,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중동 지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금융 솔루션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해외 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 조달 및 리스크 관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으로, 함 회장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에 대응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더불어 대내외 환경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국우선주의의 심화와 지정학적 분쟁으로 혼란스러운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역별, 국가별로 맞춤형 전략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사업영역의 확장과 더불어 비은행부문의 동반 진출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금융과 기술혁신에 대한 경쟁력 강화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신기술 및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와 제휴를 지속하고, 파트너십과 거래 확보를 통한 본업과의 연계에도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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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표 기자 yukp@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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