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 기업가치의 핵심인 부동산 가치를 MBK파트너스는 5조원으로 평가하지만 최대 투자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2조 4000억 원으로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생으로 넘어가며 자산가치가 더욱 떨어지면 청산가치는 2조원 초반대로 떨어지면서 메리츠금융그룹을 포함해 은행·연기금·자산운용사에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3월 홈플러스에 인수금융 차환(리파이낸싱) 1조 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매각후재임대(세일앤리스백) 점포를 제외한 116개 점포의 가치를 2조 4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MBK측이 감정평가 결과 담보가치를 5조원으로 제시했지만 메리츠는 알짜 점포가 이미 매각됐기 때문에 2조 4000억원으로 평가해 담보인정비율(LTV) 50%인 1조 2000억원을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메리츠금융의 평가한 자산가치가 앞으로 회생과정에서 실사할 홈플러스의 청산가치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영업권에 해당하는 계속 기업 가치보다 점포 등 청산 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면서 “2조 4000억원 수준에서 크게 올라가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메리츠금융은 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6조 5846억에 이르는 홈플러스 조정총차입금을 갚는데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홈플러스는 메리츠 금융 이외에도 주채권은행인 KB은행을 비롯해 신한·우리·SC은행 등에 대출했고,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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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홈플러스 기업회생은 과거 일부 점포를 인수한 부동산펀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2년 ‘이지스 KORIF 사모부동산투자신탁 13호’ 펀드를 통해 홈플러스 영등포·금천·동수원·센텀시티점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펀드 조성 과정에서 자금을 대는 유동성공급자(LP)들은 △홈플러스하나커넥트 △지아이비홈플러스 등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총 1040억 원 규모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는데 당장 5월 초 증권 차환 만기가 돌아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홈플러스하나커넥트는 2022년 8월 약 3개월 만기인 600억 원 규모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한 이후 3개월 단위로 신규 증권을 발행해 기존 증권을 갚아왔다. 지아이비홈플러스는 규모가 300억 원이고 증권이 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형태가 다르지만 만기나 차환 형태는 유사하다. 이들 모두 올해 2월 초 차환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 기업회생으로 5월에 다가오는 차환과 신규 증권 발행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MBK측은 조만간 메리츠금융 측을 만나 회생 신청 배경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메리츠금융 측은 담보로 잡은 점포를 신탁한 뒤 수익증권을 갖고 있으므로 법원 회생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회생법원 관계자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이 동의하지 않으면 회생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MBK측이 메리츠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