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마트를 옥죄고 있지만 최근 몇 년 새 소상공인을 위협하는 주범은 중국 e커머스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규제안이 속속 나오고 있는 미국·유럽과 달리 우리 정부는 여전히 대형마트만 옥죄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발 온라인 직접구매액은 1조 1197억 원(약 7억 86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국내 중국 직구액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0년에만 해도 8238억 원으로 1조 원 미만이던 중국 직구액은 지난해 4조 7772억 원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쉬인 등 중국 e커머스들이 저가 공세를 펼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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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중국 e커머스의 부상이 국내 소상공인에게 상당한 타격을 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테무 등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은 생활용품이나 의류, 소형 전자제품 등으로 대부분 골목상권에서 많이 유통되는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품들을 만들어서 납품하는 국내 중소 제조 업체들도 함께 피해를 입었다.
이에 해외 선진국에서는 중국 e커머스로 인한 자국 시장의 피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지난달 800달러(약 110만 원) 미만 소포에 관세를 면세해주던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했다. 또 중국에서 들어오는 소포에 대해 54%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20일(현지 시간) 150유로(약 23만 원) 미만 저가 소포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건당 2유로를 매기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지난해 EU로 들어간 22유로(약 3만 4000원) 미만 저가 소포 약 46억 개 중 90%가 중국산이었다. 싼 가격을 무기로 물량 공세를 퍼붓는 중국 업체들에 대한 반발이 당국의 대응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중국 e커머스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전무하다. 최근 또 다른 중국 e커머스 업체 징둥도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유통 업체들을 위한 보호책이 전혀 없는 셈이다. 전윤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e커머스가 미국을 대체하고자 한국을 더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소액 면세 제도를 개편하는 등 직구 증가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와 국내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서둘러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