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역대 최고의 성공 시즌을 보낸 KBO리그도 새롭게 출발하는 2025년, 시선은 자연스럽게 또 김도영(22·KIA)에게로 향한다.
입단 4년차가 되는 김도영의 2025년 출발은 1년 전과 아주 많이 다르다. 3년차 시즌을 준비하던 김도영은 건강하게 시즌을 끝까지 뛰어보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한 사실상의 ‘신예’였다. 가족과 함께 광주 근교의 한 절로 새해맞이 나들이에 가서도 세 가지 소원을 빌며 ‘건강’만 적고 돌아올 정도로 풀타임 시즌이 절실한 선수였다.
2022년 시범경기 활약으로 엄청난 기대 속에 데뷔했지만 프로의 벽을 실감한 김도영은 작심하고 준비했던 2023년에는 개막 두번째 경기에서 주루 중 발등이 골절돼 6월말까지 거의 석 달을 뛰지 못했다. 복귀 이후 맹활약을 했고 시즌 뒤 첫 국가대표로 뽑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나갔으나 일본과 결승전에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이 골절됐다. 수술받고 재활을 하느라 2024년 시즌 본격 준비가 늦었다. 남들은 실전 준비를 마친, 1차 스프링캠프 말미에야 타격훈련을 시작할 수 있었다.
늦은 준비에 개막 직후 바닥을 헤맸으나 빠르게 회복한 김도영은 2024년 141경기에서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13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뒀다. 역대 최연소 및 최소경기 30홈런-30도루 등 여러가지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며 KIA를 통합우승으로 이끈 김도영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골든글러브 3루수 부문까지 차지하고 겨울의 시상식을 휩쓸었다.
1년차에는 프로에 더 적응해야 할 기대주의 모습이었고, 2년차에는 부상만 없으면 엄청난 열매를 맺을 재목임을 드러냈던 김도영은 3년차에 수준급 선수들조차 일생에 한 번 경험해보기 힘들 정도의 성적을 찍고 그 열매를 터뜨렸다.
2024년은 앞으로의 김도영에게 일종의 기준점이다. 2024년의 김도영은 타격에 있어 아주 빠른 속도로 궤도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일시적으로, 어쩌다 운 좋게 한 시즌 잘 친 타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의견을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 잘 하는 것은 당연하되 2024년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보다는 처지게 된다면 그 낙폭은 어느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인지를 이제 모두가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2025년이 그 출발점이다.
김도영은 올해의 모든 시상식 참석을 마치며 “올해가 커리어하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타격에 있어서는 2024년보다는 처질 수 있다는 각오를 당연히 하면서도 자신감을 확인했다. 더 잘 하고픈 김도영의 눈높이는 2025년, 모두의 시선과 달리 조금 다른 데로 맞춰진다.
김도영은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시즌을 마치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명확해졌다”며 ‘수비’를 지목했다.
2024년 김도영은 역대급 타격을 보여주면서도 아직 익지 않은 수비로 고생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30개의 실책이 최고의 시즌 기록 옆에 함께 했다. 좋은 수비력을 가졌다고 평가받아왔지만 가장 잘 한 시즌에 타격과 수비, 둘 다를 보여주지는 못한 김도영은 시즌 내내 기록과 싸우고 집중조명되는 관심에 둘러싸여 수비 스트레스를 안고 경기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을 마치며 기록과 승부를 끝낸 뒤 한국시리즈에서는 오히려 부담을 놓은 듯 수비 훈련에 집중해 안정된 수비로 KIA의 우승에 이바지 했다. 그 뒤 다시 국가대표로 나간 프리미어12에서 빼어난 수비 감각과 민첩성을 드러내며 전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업그레이드’를 위한 발걸음은 뗐다.
김도영은 “2025년에는 타격에서 조금 부진하게 되더라도 실책 수를 많이 줄일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일 것 같다”고 말했다. 2025년, 김도영은 보다 발전된 4년차를 기대한다. 혹시 한 걸음 물러나더라도 다른 한 걸음을 또 나아갈 수 있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