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자들 국제저널 편집 도맡아…한국치의학 위상 제고

2025-07-30

국내 교수들이 국제적으로 한국 치의학의 위상을 올리고자 노력하는데 여념이 없는 가운데 유수 국제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널 편집 과정에 직접 참여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역할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제언이 흥미롭다.

고홍섭 교수(서울치대 구강내과학교실)는 “한국의 학자들이 국제 저널들에서 편집장, 부편집장 등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우리나라의 선진화 과정과 닮아 있다. 빠른 학문 발전, 이에 따른 양질의 연구결과들이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이 외에 직접 좋은 논문들을 선정하고 관련 학문을 리드하는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중요성을 젊은 학자들에게 꼭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고홍섭 교수는 지난 2018년부터 유럽구강내과학회지 ‘Oral diseases’ 부편집장을 맡아 1년에 전 세계에서 접수되는 1000~1500여 편의 논문을 살펴보고 있다. 이 중 한 달에 세 편의 논문을 골라 리뷰어에게 배당하고 최종 논문 선정 과정을 처리 한다.

고 교수는 “주도적인 입지에서 학문을 선도하는데 이만큼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후학들에게 논문 작성, 채택 포인트를 지도할 수 있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우리 학자들의 리뷰어 참여부터 확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적인 저널 어느 분야에서든 한국 학자들의 활동이 많아질수록 한국 치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 치의학을 중심으로 견인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저널의 편집장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는 인물로는 단연 박재현 교수(애리조나치대 교정과장)를 빼놓을 수 없다. 박 교수는 올해 6월 ‘AJO-DO’의 9대 편집장에 취임했다. ‘AJO-DO’는 올해로 창간 110주년을 맞이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치과 교정학 전문 학술지로, 초대 편집장인 Martin Dewey로부터 시작해 Thomas Graber, David Turpin, Vincent Kokich, Rolf Behrents 등 교정학계의 전설적인 학자들이 편집장을 맡아왔다. 매월 1만5000부 이상 발행되며, 연간 발행 논문 편수가 200여 편으로 타 치의학 관련 저널을 압도한다.

박 교수는 “동양인으로서는 처음 맡는 자리로 개인적인 영광이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한국 연구자들이 세계적 학술지의 편집장이나 부편집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학술적 영향력뿐 아니라 국제적 네트워크 형성, 그리고 한국 치의학의 위상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직책은 미국치과교정학회 이사회 승인을 포함한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추천으로 이뤄질 수 없으며, 저널 리뷰어로서 성실하고 정확한 심사 이력이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저널 리뷰어가 되는 방법을 소개하는 사설을 AJO-DO와 AJO-DO Clinical Companion에 곧 게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리뷰어 활동, 한국치의학 세계화 견인

현재 AJO-DO에는 임성훈 교수(조선치대 교정학교실)가 아시아인 최초로 부편집장으로 임명돼 수술 교정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모범 임상 증례 소개에 중점을 둔 저널 ‘AJO-DO Clinical Companion’에서는 백승학 교수(서울치대 교정학교실)와 채종문 교수(원광치대 교정학교실)가 Clinical Technique 분야 부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또 교정학 분야에선 이신재 교수(서울치대 교정학교실)가 ‘The Angle Orthodontics’의 부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외에도 주요 국제 저널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치의학자들이 많다.

구기태 교수(서울치대 치주과학교실)가 최고 권위의 치의학 학술지 중 하나인 ‘Periodontology 2000’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허민석 교수(서울치대 영상치의학교실)는 영상치의학 분야 최고의 학술지로 꼽히는 국제영상치의학회 공식 저널 ‘Dentomaxillofacial Radiology’ 부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 황대석 교수(부산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가 ‘Maxillofacial 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 편집장, 김필종 교수(서울치대 치과경영정보학교실)가 ‘Oral diseases’ AI 파트 부편집장을 맡고 있다.

특히, 최성환 교수(연세치대 교정과)는 다학제 저널 ‘Scientific Reports’에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Scientific Reports는 Nature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온라인 오픈 액세스 저널로, 자연 과학, 심리학, 의학, 공학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연구를 출판하는 저널이다. 치의학을 벗어나 타 학문 전문가들에게 치의학 영역의 중요성을 알리고, 나아가 다학제적 연구 교류, 관련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성환 교수는 “다른 학문들과 교류할 수 있는 다학제 저널에서 치의학자가 편집자 역할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다른 학문 연구자들에게 치의학의 중요성과 관련 융합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치의학 자체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며 “특히, 이런 저널 편집과정에 한국 치의학자들이 많이 참여한다면 자연스레 한국 치의학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치의학 관련 저널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 저널에 참여하고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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