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1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인근 포니정재단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선 도전을 공식 선언하며 “이번이 마지막 임기”임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천안축구센터와 디비전 승강제 완성을 핵심 명분으로 내세우며 자신이 한국 축구를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천안축구센터를 “단순히 축구 경기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유소년부터 성인 국가대표까지 한국 축구를 통합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설명했다. “현재까지 1700억 원 중 700억 원이 투자됐으며, 앞으로 1000억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자신이 아니면 이 프로젝트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현장에서는 “꼭 정몽규가 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날선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정 회장은 “세상 일이 누구만 해야 된다는 것은 없다”면서도 “은행에서 절대로 충분한 확신이 없으면 돈을 빌려줄 리가 없다”며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디비전 승강제와 관련해서도 “1부부터 7부까지 모든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축구 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부와 3부 연결도 프로구단과 프로연맹을 설득하는 과정을 겪었다”며 이해관계자 조정 경험을 내세웠다.
정 회장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효율을 중시한 기업인 마인드가 패착이었다”고 인정했다. 협회 내부 직원들의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미진한 점이나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어서 많이 지적받았다”며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팬들과 내부 구성원, 그리고 축구계 전체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구체적 방안으로 선거인단을 현재의 200명에서 400명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선수, 지도자, 심판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의 개선을 약속했다.
정 회장은 이번 도전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임기 동안 차기 회장 후보군을 발굴하고 행정 경험을 쌓게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현 회장이 사무총장을 몇 년 하면서 경험을 쌓은 것처럼, 행정 경험이 풍부한 축구인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주장대로라면 천안축구센터와 디비전 승강제가 특정 인물의 재임 여부에 따라 좌우될 정도로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라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정 회장의 계획과 반대로 협회의 거버넌스와 의사 결정 시스템이 특정 인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또한 소통 강화와 리더십 계승 계획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과제로 남았다. 선거인단 확대 등 제도적 변화 외에 팬들과 내부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았다.
팬들과 축구계 내부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존재 가치를 의심받은 전력강화위원회를 개편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개혁 방안이 부족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