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은 왜 ‘부먹’인가

2025-05-01

얼마 전 지인과 함께 방문한 브런치 카페에서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요리를 발견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프렌치토스트 같지만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빵인지 달걀요리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로 두 재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죠. 오래전 한 요리사로부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의 비법은 빵을 균일하게 잘라 건조기에서 완전히 건조한 뒤 우유 등을 함께 넣은 달걀물에 하루 이상 담가 달걀물이 빵 안으로 충분히 침투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중간 불에서 겉을 빠르게 익히고 안쪽은 오븐에서 서서히 익힌다고 했습니다.

지인과 프렌치토스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탕수육이 떠올랐습니다. 평소 탕수육은 ‘부먹’이라 주장해 온 저의 입장에서 인용할 만한 또 하나의 근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탕수육 같은 튀김요리와 빵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표면과 내부에 작은 구멍이 무수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를 다공성 구조라고도 합니다.

튀김의 다공성 구조는 바삭한 식감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빵의 다공성 구조는 부드러운 식감을 만듭니다. 같은 다공성 구조가 이처럼 상반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잔존하는 수분의 양 때문입니다. 수분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빵은 스펀지처럼 부드럽고, 수분이 거의 다 제거된 튀김은 바삭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 다공성 구조에는 또 다른 능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흡수력,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능력이죠. 제가 훌륭하다고 감탄한 프렌치토스트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만약 작은 구멍들이 없었다면 빵 내부로의 달걀물 침투가 어려웠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탕수육에 걸쭉한 소스를 붓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애초에 바삭한 식감보다는 소스를 잘 머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탕수육은 부먹인 근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탕수육의 튀김옷에는 밀가루가 아니라 전분을 사용합니다. 밀가루 튀김옷은 바삭하면서도 조금 단단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전분은 바삭하면서도 다소 부드러운 식감을 보입니다. 따라서 만약 바삭한 식감만이 목적이라면 굳이 전분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부드러운 전분 튀김옷은 걸쭉한 소스와도 궁합이 잘 맞습니다.

두 번째 근거는 튀김옷의 두께입니다. 탕수육은 튀김옷을 두툼하게 입히는데, 튀김옷이 얇으면 흡수된 소스에 의해 튀김옷이 벗겨질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삭한 식감이 중요하고 소스는 단지 찍어 먹는 용도라면 아마도 튀김옷을 좀 더 가볍게 입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야 더 바삭함이 강조되니까요.

한편 그 기원이 되는 요리들 또한 부먹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에는 탕수육의 기원이라 할 만한 요리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산둥반도의 탕추파구이 그리고 광둥 지방의 탕추꾸루러우가 있습니다. 이들 모두 달콤하고 새콤한 탕추 소스를 고기튀김과 함께 볶아서 만듭니다. 참고로 탕수육의 탕수(糖水)는 탕추가 변형된 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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