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시장형성 초기 단계 진입
국내 경작환경 적합 솔루션 필요
로봇·작물·디지털 영농관리 기술
작업 속도·수확량·상태 정보 제공
방제 로봇 효과 15% 이상 상승
수확 시기 예측 정확도 ‘97.7%’

[정보통신신문=김연균기자]
농업생산과 유통, 소비 전과정에서 농작업 및 서비스 환경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자율적인 동작을 수행하는 지능형 농업로봇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추진 중인 농작업 단계별로 로봇 연계 기술이 적용된 ‘통합관리 프로그램’과 ‘산업표준’ 개발은 농업로봇 확산의 윤활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및 제어기술 결합 요구
농업로봇은 노지, 과수 작업현장에서 경운, 제초, 파종, 이앙, 운반 등 이동 동작과 수분, 전정, 적과, 수확, 포장 등 조작 동작의 자동화에 필요한 지능형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농작업 대상, 환경, 절차의 비정형성, 계절적 요소를 극복하고 농작업의 자동화와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 작업환경 맵핑, 작업 대상과 환경에 대한 인식 및 학습, 작업계획 등 인공지능(AI)과 로봇 제어 기술의 적극적인 결합이 요구된다.
또 농작업에 특화된 로봇뿐만 아니라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방제기, 제초기 등 전통적인 농기계에 AI 및 로봇 기술을 접목해 이동 및 조작기능을 향상시킨 플랫폼도 농업로봇 산업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해외 선진국의 경우 AI, 로봇 기술을 탑재한 첨단 농기계와 농업로봇은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시장형성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규모 경작, 대형 기계 중심으로 정밀 GPS와 자동 조향 제품을 탑재한 자율주행 트렉터, 콤바인 등이 제품화 됐고, 최근 AI 학습과 로봇 자동화 기술 접목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농기계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소형 규모 경작환경에 적합한 농업로봇과 관련 솔루션을 개발해 국내뿐 아니라 농업 여건이 유사한 중국, 일본, 인도 등 신흥 국가를 대상으로 시장확보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로봇 통합관리 프로그램 개발
우리 농업·농촌은 인구 감소, 고령화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농업로봇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농업로봇의 일일 작업 정보를 수집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관리 기술의 필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또 농업로봇을 농가에 보급하고 관련 산업표준을 추가 개발키로 했다.
정부는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7월 제정했다. 또한 올 1월 스마트농업 육성 계획을 마련하고, 농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스마트농업 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농업 기술과 장비 도입 온실 면적을 시설원예 농가 전체 면적 기준 2024년 16%에서 2029년 35%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시설원예 농가 전체 면적(약 5만5000㏊) 중 스마트농업 기술과 장비가 도입된 온실은 약 16% (약 8800㏊) 수준으로 파악된다.
앞서 농진청은 2022년 방제로봇, 2023년 운반로봇, 2024년 모니터링 로봇과 통합관리 프로그램 등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이들 로봇을 연계해 작업효율을 높이고 작업 정보를 디지털화해 관리·제어하는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농업로봇 확산을 이끌고 있다.
■로봇 연결해 작업 정보 확인
통합관리 프로그램은 농업인이 개인용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여러 대의 로봇을 연결해 동시에 관리하고 로봇 작업 정보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주요 기능은 △로봇 관리 △작물 관리 △디지털 영농 관리 등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로봇 관리는 로봇의 위치, 작업 속도, 이동 거리 등 현재 농업로봇의 작업 상태를 알려주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로봇의 작업 순서를 설정하고 로봇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작물 관리는 모니터링 로봇이 취득한 영상 정보를 기반으로 현재 수확할 수 있는 열매의 수량, 위치 정보를 농업인에게 제공한다. 또한 각 열매의 익은 정도와 온실 환경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수확 가능 시기를 예측한다.
디지털 영농 관리는 각 로봇의 작업 상황과 작물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매일 자동으로 작업 정보를 제공한다. 농업인은 작업 정보를 보며 방제 횟수, 수확 시기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농진청은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우선 방제·운반·모니터링 로봇에 적용한 결과도 공개했다. 시스템 고장 가능성 확률을 나타내는 안전무결성 수준(SIL) 2등급 제어기를 적용해 고장이나 오작동 확률을 0.1~1% 미만으로 낮춰 농가에서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 적용 결과, 방제 로봇은 작업 지시부터 작업 여부 확인까지 전 과정을 완전 무인화했다. 인력으로 할 때보다 작업시간이 40% 줄었고, 완전 무인화로 미립 방제를 할 수 있어 방제 효과는 15% 이상 높아졌다.
미립 방제는 공기 중에 농약 입자가 머무는 시간이 늘어 농약이 작물에 붙는 양을 최대 15~20%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호흡기와 피부로 흡수되는 양도 늘어 작업자가 없는 조건에서 이뤄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운반 로봇은 AI, 거리 측정 기술을 적용해 작업자 진행 속도에 맞춰 뒤를 따라다니며 수확 작업을 도와준다. 그 결과 작업자가 대차 등에 수확 상자를 올려 밀고 다니며 수확물을 담고 옮기지 않아도 된다. 실시간으로 수확물 무게를 측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 일일이 무게를 달던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됐다. 수확과 동시에 무게를 측정하기 때문에 손쉽게 생산량 관리가 가능하다.
모니터링 로봇은 작업자가 매일 반복해서 확인해야 하지만 비숙련자는 하기 어려운 수확적기의 열매 상태 판단 작업을 수행한다. 모니터링 로봇의 열매 인식 정확도는 93.8%, 수확 시기 예측 정확도는 97.7%에 달한다.
■농작업 편이성·효율성 향상 기대
농진청은 스마트팜 로봇을 농업 현장에 적용하고 보급하기 위해 2023년 토마토 재배농가 3곳을 대상으로 현장 실증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들 농가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로봇을 개선한 후 상용화를 진행했고, 지난해부터 신기술 보급 사업으로 농가에 농업로봇을 보급 중이다.
이와 함께 농업로봇 산업표준 개발과 제정으로 관련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표준 개발과 제정이 이뤄지면 비정형적인 농업의 특성이 반영돼 농업 분야에 로봇을 활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구조와 안전 요구사항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농진청은 현장 실증으로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전문가, 산업체 의견을 모아 2024년 농업용 로봇 용어와 분류, 구조와 안전 사항 등 2건의 표준 제정을 완료했다. 올해는 농업로봇 시험 요구사항 중 구동장치, 작물인식, 작업부 등 3건을 추가 개발해 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새로 개발한 통합관리 프로그램은 새로 보급하는 로봇에 적용되며, 기존에 보급한 로봇은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농진청에서 개발한 산업표준을 적용해 농업로봇 종류에 상관없이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적용 가능하다고 농진청 측은 덧붙였다.
이승돈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가까운 미래 농촌엔 ‘1농장-1로봇’ 시대가 열리고, 로봇을 활용한 농작업 단계별 자동화로 농촌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농기계 업계 다른 관계자는 “통합관리 프로그램이 적용된 농업로봇이 보급되면 로봇과 농업인의 협업이 가능해지고, 로봇과 로봇의 협조 체계도 구축된다”며 “이를 통해 무인화된 스마트팜 기반이 조성돼 농작업 편이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