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시즌 1위 LG는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수비의 힘으로 한화를 압도했다. 포수 박동원부터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신민재, 중견수 박해민까지 시즌 내내 그물 수비를 펼친 LG 센터라인은 가을 들어서도 철벽을 과시했다. 한화는 선제 실점 이후 추격을 기대했지만, LG 수비벽에 번번이 틀어막혔다.
LG가 2-0으로 앞서던 5회초, 한화가 1사 3루 기회를 잡았다. 이도윤이 애매한 땅볼이 2루로 향했다. 신민재가 미끄러지며 공을 주워들었고, 여유 있게 타자 주자를 잡아냈다. 3루에 있던 최인호가 바로 홈으로 달려드는 ‘컨택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신민재는 최인호가 홈으로 뛰었더라도 실점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 후 그는 “타격 순간 3루를 살폈는데 주자가 안 뛰는 게 보이더라. 그래서 더 여유 있게 수비를 했다. 주자가 뛰려고 했다면 안 넘어지고 바로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찰나의 순간, 주자 움직임까지 살핀 뒤 후속 플레이를 펼쳤다는 설명이다. 결과야 알 수 없지만 신민재의 수비는 상대에 비해 한 급수가 더 높았다.
신민재뿐 아니다. 한화만 만나면 ‘악마’가 되는 LG 중견수 박해민은 1회초 1사 1루에서 한화 문현빈의 비거리 126m 뜬공을 뒤로 달려 잡아냈다. 시즌 내내 3루수로 출장하다 이날 1루수로 나선 문보경도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쳤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문보경은 “첫 타구 전까지 계속 긴장이 됐는데 1회 첫 타석 결과(1타점 2루타)가 좋아서 좀 더 빠르게 긴장이 풀린 것 같다. 한국시리즈 앞두고 합숙 훈련하면서 1, 3루 둘 다 계속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포수 박동원은 빠른 볼 배합 변경으로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의 KBO리그 가을 첫 승을 도왔다. 1회 톨허스트의 커터와 포크볼이 잇달아 정타를 허용하자 빠르게 직구 위주로 노선을 바꿨다. 2사 1·2루 위기에서 한화 채은성을 상대로 직구 3개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박동원은 “변화구가 계속 결과가 안 좋아서, 초반에 힘이 있을 때 직구 위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LG 수비가 워낙 탄탄했던 탓에 허술한 한화 수비가 더 도드라졌다. 3루수 노시환은 5회말 홈 악송구로 3루 주자 신민재를 아웃시킬 기회를 날렸다. 노시환은 6회말에서도 집중력 부족으로 추가 실점을 헌납했다. 2사 1, 2루에서 LG 김현수의 안타 때 2루 주자 홍창기가 3루를 홈으로 달려가다 넘어졌다. 바로 송구가 이어졌다면 충분히 홍창기를 잡을 수 있었는데, 중계 플레이를 하느라 등지고 서 있던 노시환이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LG는 KBO리그에서 가장 수비가 탄탄한 팀으로 꼽힌다. 반면 한화의 ‘수비 불안’은 해묵은 약점으로 남아 있다. 타격감은 사이클에 따라 오르내리기 마련이고, 투수들의 컨디션도 경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비는 그런 기복도 가장 적다. 1차전부터 여실히 드러난 수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화의 남은 시리즈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