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 중단에 소송 전패…만신창이 방심위

2025-06-18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개점휴업 상태다. 방심위 산하 4개 소위원회의 심의가 모두 중단됐다. 총 9명이어야 할 방심위원이 두 명밖에 없어 심의를 해봐야 의결 효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쟁에 휘둘려 파행에 파행을 거듭한 결과다.

위원 정원 9명 중 현재 2명뿐

‘민원 사주’ 논란에 파행 가속

제재 취소 소송 30건 가운데

1심 마친 13건 모두 방송사 승소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방심위는 제5기 위원들로 구성돼 있었다. 9명의 방심위원은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각각 3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통상 여야 비율이 6대 3으로 맞춰지는데, 정권 교체에 따라 윤 정부 초기 방심위원의 여야 비율은 3대 6이었다.

5기 위원 여야 비율 3:6에서 6:1로

이들의 임기는 2024년 7∼8월까지였지만, 2023년 8월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이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등의 이유로 중도 해촉된다. 각각 대통령·국회의장 추천 위원인 두 사람은 모두 당시 야당 몫이었다. 해촉 다음 날 윤 전 대통령은 YTN 기자 출신 류희림을 대통령 추천 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로써 여야의 비율은 4대 4가 된다.

이어 그해 9월 야당 몫이었던 정민영 위원도 이해충돌 논란으로 해촉됐고, 여야 비율이 4대 3이 된 바로 그 날 류희림 위원이 새 위원장으로 호선된다.

야당 우세 9인 체제에서 여당 우세 7인 체제로 전환된 방심위 구성은 한동안 이어졌다.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이 야당 몫 위원을 2명(최선영·황열헌)을 추천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위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직 모른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측은 심의위원 추천을 더이상 하지 않고 있다.

7인 체제 방심위는 그해 11월 MBC·KBS·JTBC·YTN에 총 1억4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2022년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이다.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인터뷰였다.

'무더기 과징금' 의결 한 달 뒤인 2023년 12월 류 위원장의 이른바 ‘민원 사주’ 의혹이 불거진다. 류 위원장이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해 방심위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는 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것이다. 이들의 민원 제기 후 류 위원장이 관련 안건을 심의하고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으니,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안이다.

이후 방심위 여야 위원들 사이의 대립은 더욱 극심해진다. 회의장에서 욕설이 오갈 정도였다. 그 여파로 문재인 전 대통령 추천 위원이었던 옥시찬·김유진 위원이 지난해 1월 해촉된다. 윤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 이정옥·문재완 위원을 위촉했고, 그 결과 방심위의 여야 비율은 6대1이 됐다. 당시엔 기형적인 구조로 여겨졌지만, 돌아보면 그나마 1명이라도 야당 측 위원이 있던 때였다.

지난해 7월 제6기 방심위가 출범한 뒤로 방심위원은 류 위원장을 포함해 줄곧 3명이었다. 모두 대통령 추천 몫이다. 정치적 다양성 확보와 합의제 정신 등은 설 자리를 잃었다. 3인 방심위 체제는 류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된 지난 3일까지 이어졌다. 류 위원장은 지난 4월 국민권익위가 ‘민원 사주’ 신고 사건을 감사원에 이첩하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위원장 탄핵 가능해지면 개선될까?

이제 ‘2인 체제’가 된 방심위가 맞닥뜨린 현실은 심의 중단만이 아니다. 류 위원장 취임 이후 의결됐던 방송사 중징계가 행정소송을 통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방송사들이 제기한 30건의 제재 처분 취소 소송 중 지금까지 1심 결과가 나온 13건 모두 방송사가 승소했다. 균형감각을 잃은 심의 결과가 어마어마한 행정력 낭비로 귀결된 셈이다.

이런 파행 사태의 첫째 원인으로는 심의위원 추천권이 정치권에 있는 방심위의 태생적 한계가 꼽힌다. 심의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한 정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객관성·공정성을 지키기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현재 국회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은 방심위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을 더 키웠다. 위원장의 신분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바꾸고 인사청문회와 탄핵소추의 대상으로 규정한다.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 현재 이진숙 위원장 한 명밖에 남아있지 않은 방통위의 처지를 보면, 과연 개선책인지 우려스럽다.

방심위의 본업은 방송 프로그램의 위법 사항에 대한 제재 조치를 결정하고 인터넷 불법정보, 디지털성범죄물 등에 대한 삭제와 접속 차단을 요구하는 일이다. 국민의 일상과 밀접한 업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으로 ‘방심위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제시하고 위원회 구성 및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했다. 방심위에서 정치색을 빼는 방향으로 숙고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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