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식수에서 이른바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과불화화합물)를 제거하는 정수 기술이 암 유발 물질을 비롯한 다른 오염 물질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작업그룹(EWG)은 미국 19개 공공수도시설과 환경보호청(EPA) 국가 물 모니터링 프로그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립 활성탄, 이온 교환, 역삼투압 등 PFAS 제거 기술을 도입한 지역에서는 트리할로메탄과 할로아세트산 등 발암성이 알려진 소독 부산물이 각각 평균 42%, 5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질산염, 비소, 우라늄 등 중금속 수치도 함께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해당 연구 결과는 ACS ES&T Water에 게재됐다.
시드니 에반스 EWG 수석 과학분석가는 “PFAS 처리 기술은 단순히 한 가지 화학물질 차단을 넘어, 식수 전반의 오염 수준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정수 기술 보급의 격차 문제도 드러냈다. 인구 500명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수도 시스템 가운데 고급 여과 장비를 갖춘 곳은 7%에 불과했지만, 대규모 수도 시설의 경우 28%가 해당 기술을 운영하고 있었다.
EWG 과학분석가 바룬 수브라마니암은 “소규모·농촌 지역 주민일수록 PFAS와 발암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전형적인 환경 불평등 사례”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미국의 물 정책이 단일 오염물질 규제를 넘어, 다양한 유해 물질 동시 제거를 목표로 한 종합적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EPA는 올해 5월 식수 내 PFAS 4종의 규제 기준을 완화하고 규정 준수 기한을 늦추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낳고 있다.
멜라니 베네쉬 EWG 부사장은 “PFAS 정수는 여러 독성 화학물질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기회”라며 “EPA가 이를 외면한다면 공중보건과 경제적 기회를 모두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FAS는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인체에 축적되며, 극미량으로도 면역 억제, 암 위험 증가, 태아 발달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신생아를 포함한 미국인 99%의 혈액에서 PFAS가 검출된 바 있다.
EWG는 ▲소규모 지역사회 정수 지원을 위한 정부 재정 확대, ▲전국적 물 모니터링 강화, ▲동시 발생 오염 물질 고려한 규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에반스 연구원은 “PFAS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동시에 여러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며 “공중보건을 광범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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